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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차단은 좋은데 질병정보 유출 우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2.14 22:08

수정 2011.02.14 22:08

보건당국과 금융당국이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손을 잡으면서 국민의 질병정보 유출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의 보험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의료기관에 연루된 보험 사기 감시를 강화하고 부적정급여를 청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보험재정 누수를 핑계로 민간 보험사에 국민의 질병정보 제공을 허용하려는 의도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내 질병정보 새 나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노조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심평원의 업무협약 체결은 보험 사기로 인한 보험재정 누수방지를 빙자해 민간보험사에 개인질병 정보를 편법으로 제공하는 통로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예민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그동안 개인 질병정보 공유에 대한 시도가 계속 있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기 조사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전 국민 개인질병 정보를 금융위가 열람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보험업법 개정안에 포함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2009년 3월에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금융위원회가 보험사기 적발과 방지 조사업무수행을 위해 국가·공공단체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반대 여론으로 무산된 바 있다.

만일 개인 질병정보가 민간 보험사로 유출된다면 예상되는 부작용은 심각하다.

민간 보험사가 보험상품 기초 자료로 개인 질병정보를 활용하게 되면 해당 환자의 보험금 삭감이나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으며 처음부터 가입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또 보험사가 질병정보를 보험상품 개발이나 회사 이익 증진 목적에 사용하면 국민의 피해는 더욱 커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그간 민간보험업계는 질병정보 공유를 관철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이 제기될 당시 금융위는 보험 사기 방지를 위해 개인질병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고 이번 금감원과 심평원 업무협약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인 정보유출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관련 기관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번 협약의 주요 내용은 문제 의료기관에 대한 합동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지 개인 질병 정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보험조사실 관계자는 “그동안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고 ‘나이롱 환자’를 방치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심평원과 금감원이 따로 조사를 해왔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따라서 문제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것뿐이지 협약 내용에 개인의 질병정보와 관련된 부분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건강·민영보험의 누수에 대한 연구 조사가 시행된 적이 한번도 없어서 올해 중에 이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이 부분에서도 질병 정보 공유에 대한 요청은 한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업무 협약이 질병 정보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질병 정보 교류에 대한 정책 결정은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이번 업무협약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라며 “현실성 없는 우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seilee@fnnews.com이세경 허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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