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경호실장 사칭 투자금 챙긴 일당 적발

부부 행세를 하면서 영국 왕실의 경호실장 등을 사칭,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5일 사기 혐의로 류모씨(71)를 구속하고 이모씨(56·여)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8년 5월부터 2009년 7월까지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했을 때 밀반입해 숨겨놓은 5조원 상당의 금괴와 영국 파운드화를 발굴, 광양제철소를 인수할 계획”이라며 “발굴비용 등을 투자하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김모씨(59) 등 3명에게 1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각각 전직 영국 왕실의 경호실장과 국가정보원 직원 행세를 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청와대 명의의 ‘제철소 인수 허가증’을 피해자들에게 보여주며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은닉한 금괴를 유통하려면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등 관계 기관에 로비를 해야 한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목사인 김씨에게는 투자 대가로 교회와 선교센터를 지어주겠다고 속인 뒤 경기 이천시의 물류창고에 피해자들을 데려가 금괴를 숨겨놓은 곳이라고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한국 사람이 영국 왕실의 경호실장으로 일했다는 거짓말은 황당하지만 아직도 사실로 믿는 피해자가 있다”며 “이들의 은행 계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억원이 들어 있어 피해자가 더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e-mail]박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