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부도로 국민 혈세를 또 쏟아 부어야 할 처지에 놓인 저축은행들이 주식시장에서 주식투자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작년 11월까지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공공 자금은 17조280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61개 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 PF채권을 사들이는 데 2조5000억원을 썼다.
전문가들은 국내 저축은행들의 부실이 확대될 경우 이들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어 감독당국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진흥저축은행은 올해 들어 한국제지, 푸드웰, 한국개발금융 등 3곳의 지분을 사들였다. 진흥저축은행은 한국제지 지분을 2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6.76%까지 확대했다. 푸드웰 주식도 4만8178주(12.04%)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개발금융 주식은 48만9501주(5.14%)를 사들인 상태다.
한국저축은행은 한국수출포장공업의 지분을 12.75%에서 14.23%로 확대했다. 회사 측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장내매매계약을 통해 지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상호저축은행은 청호컴넷 주식 30만5000주를 사들이면서 4.99%까지 지분을 늘렸다.
프라임상호저축은행은 르네코가 발행한 제3회 무보증 사모전환사채를 50억원에 사들이면서 지분 22.17%를 갖고 있다.
신라상호저축은행은 투자목적으로 조이맥스 주식 36만7783주(5.22%)를 단순 취득했다.
신안상호저축은행 케이비물산 신주인수권증권을 장내에서 팔고 남은 11.03%를 갖고 있으며, 케이비글로벌스타게임앤앱스기업인수목적 지분도 2.09% 갖고 있다.
서울상호저축은행은 옵토매직 지분 8.50%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신주인수권표시증서를 취득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블유저축은행은 신주인수권증권 거래를 통해 휴니드테크놀러지스(11.6%), 에버테크노(6.60%), 엠게임(2.91%)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장내 매매외에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1월 영흥철강 공모청약에는 50여개 저축은행이 참가해 전체 기관투자가들의 절반을 차지했다. 우노앤컴퍼니 공모청약에서도 80여곳 중 40여개가 저축은행이었다. 에이치디시에스 공모청약에서도 25개 저축은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국민 혈세를 또 쏟아 부어야 할 처지에 놓인 저축은행의 행보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실제 이들의 기초체력은 부실하다. 진흥저축은행은 2010년 회계연도 상반기에 매출 1006억원에 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346억원의 영업손실과 2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시장에서는 저축은행의 부실이 확대되면 보유물량을 한꺼번에 시장에 던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 머리도 제대로 못 깎는 처지에 놓인 저축은행들이 주식투자에 열을 올려왔다는 것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의 한 단면을 보여 준 것"이라며 "부실 저축은행의 투자행태에 대한 감독당국의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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