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심도 동백섬에서 시작되는 남해의 봄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가 거느린 지심도는 사방이 동백으로 뒤덮인 일명 '동백섬'으로 불리는 예쁜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 하여 얻게 된 이름마저도 독특하다.
장승포항 지심도 터미널에서 15분. 지심도에 도착하면 붉은 빛 동백꽃이 여행객을 반긴다. 겨울의 문턱인 12월부터 하나둘씩 피어난 동백꽃은 3, 4월이면 지심도를 온통 붉게 물들인다.
선착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산책길은 동백하우스 펜션-폐교 운동장-국방과학연구소-활주로-해안전망대로 이어진다. 해안선의 길이는 총 3.7㎞. 일주도로를 따라 쉬엄쉬엄 걸어도 두어 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카메라에 소중한 추억을 담을 수 있다.
지심도는 동백나무뿐만 아니라 후박나무, 자귀나무, 대나무 등 37종의 난대성 수목과 식물이 서생하는 천혜의 원시림으로도 유명하다. 원시림에 둘러싸인 숲길을 걸어 오르면 신선한 공기에 이내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해안전망대는 꼭 방문해봐야 할 명소.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해식 절벽의 절경은 장관이 따로 없다.
지심도 동백꽃길 트레킹을 즐기고 거제도로 돌아온 뒤에도 볼거리는 지천에 널렸다. 그중에서도 장승포동에서 해금강까지 약 27㎞에 이르는 14번 국도 드라이브는 필수 코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온기가 스며드는 시간이다. 해상 유람선을 타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유람하거나 동부의 옥포대첩기념공원, 해금강, 홍포마을을 돌아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거제시청 홈페이지 www.geoje.go.kr)
② 근대 문화 유적의 흔적을 찾아, 목포
항구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복잡다단한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도시가 목포. 항구 도시 목포에서는 근대 문화 유적의 흔적 하나만 마주쳐도 즐겁다. 유달산 자락에 소담스럽게 놓인 골목길에도, 과거 일본인들이 살았다는 격자형 2층집에도 오래된 사연이 묻어난다. 목포로의 여행은 그래서 더 아련하고 가슴이 뛴다.
목포 여행은 걸어서도 수월하다. 온금동에서 유달산을 거쳐 일본인 골목인 도심 오거리까지는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온금동은 목포에 시가지가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전부터 뱃사람들이 살던 마을이다. '따뜻하다'는 의미로 예전에는 '다순구미', '다순금'으로 불리던 달동네였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곳의 알록달록한 슬레이트 지붕길 사이로 스며드는 볕은 지금도 여전하다.
온금동에서 유달산을 지나 다다르게 되는 서산동 역시 온금동에 뒤지지 않는 달동네다. 아랫집 장독대와 윗집 대문이 나란히 이어지는 단란한 모습. 이곳 달동네 산책은 다른 산자락 동네에서와 같이 고단한 여정이 아니다. 십여 분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목포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가슴도 시원해진다.
서산동 언덕 위에 서면 목포의 옛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옛 도심의 노른자위였던 유달동 일대의 일본인 거리는 산자락 달동네와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2층짜리 격자모양 집 외에도 옛 일본영사관, 이훈동 정원, 근대문화역사관 등 목표의 근대사를 카메라에 담는 재미도 쏠쏠하다.
목포로의 추억 여행은 오거리에서 무르익는다. 예향의 도시인 목포에서 오거리는 70∼80년대 예술의 중심지였고 그 중심에 다방이 있었다. 다방은 허건, 차범석, 김지하 등 당대 이름을 날렸던 작가와 시인들의 아지트였고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목포는 3월말께가 되면 유달산 자락의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동백, 벚꽃도 봄소식을 전한다. 매년 4월 초에는 유달산 꽃축제도 열려 형형색색의 빛깔이 장관을 이룬다. (목포문화관광 안내 홈페이지 tour.mokpo.go.kr)
③ 동화 속 그림 같은 마을, 청주시 수암골
경부 고속도로 청주 IC를 빠져 나와 청주시청과 충북도청이 있는 시내 중심가에 다다르면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 수암골>이라고 쓰인 친절한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2009년 드라마 <카인과 아벨>, 2010년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작은 달동네' 수암골은 원래 갈 곳 없는 피난민을 위한 정착촌이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이 펼쳐지면서 시멘트 담벼락에 정감 어린 그림들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어린 시절 골목길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잔잔한 향수를, 독특한 풍경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추억을 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수암골 방문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곳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인 '팔봉 제빵점'.
탁구가 하얀 밀가루를 얼굴에 바르고 제빵왕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바로 그 공간으로 지금은 카페로 바뀌어 손님을 맞고 있다.
드라마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수암골의 보물은 뭐니뭐니해도 드라마와는 무관한 벽화들이다. 2007년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진행된 벽화 작업으로 봄날 꽃이 피어나듯 생기가 돌기 시작한 이 마을에는 거친 담벼락에 함박웃음을 짓는 꼬맹이들, 아름다운 꽃나무 등이 그려졌는데 그림이 아닌 실제 골목길의 풍경처럼 살아 있다. 담은 바다가 되고 때로 하늘이 되어 마치 그림책 속을 산책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마음은 느긋해지지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길은 바빠지기 마련이다.
(청주시청 홈페이지 www.cjcity.net) /자료 한국관광공사 3월의 추천 여행지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
■사진설명=지심도는 숲의 60∼70%가 동백나무로 채워져 있어 일명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겨울의 문턱인 12월부터 하나둘 피어난 동백꽃은 봄이면 지심도를 온통 붉게 물들인다. 지심도는 동백나무뿐만 아니라 후박나무, 자귀나무 등 37종의 난대성 수목이 자라는 천혜의 원시림으로도 유명하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원시림에 둘러싸인 숲길을 걸어 오르면 이내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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