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르포] 방사능 때문에..해조류·소금·비상용품 판매 급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20 16:52

수정 2014.11.07 00:24

고물가 속에서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장바구니가 달라지고 있다.

먼저 일본산 생태 등 수산물을 꺼리고 있으며 대신 미역, 김, 소금 등을 사는 사람이 늘었다. 또 한 번 사놓으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세제, 휴지 등 생필품과 유통기한이 신선식품보다 긴 가공식품 등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반면 애호박, 배추 등 야채 가격이 적게는 30%에서 최고 2배 가까이 올라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일본 방사능 공포 때문에 일본 수산물을 사기가 꺼려져요."

지난 19일 홈플러스 서울 영등포점 수산물 코너에서 만난 이소라씨(37·주부)가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값이 저렴한 일본산 생태를 팔고는 있지만 괜히 찜찜한 마음에 선뜻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것. 대신 이 주부는 값이 비슷한 다른 생선을 두고 고민을 한참 하다가 얼어있는 국내산 오징어를 골라갔다.

같은 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미역, 김 등 해조류와 함께 소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이 점포는 유난히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특히 일본인들은 쇼핑 카트 안에 다양한 종류의 김과 미역 등을 가득 담고 있었다. 소금 코너에는 재고가 미처 입고되지 않아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은 거의 다 팔리고 가격이 높은 제품들 위주로 남아있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한 점원은 " 방사성에 오염되기 전에 소금을 사기 위해 몰린 고객들 때문에 재고가 떨어져 더 채워 넣지를 못했다"며 "김은 일본인들이 워낙에 많이 사가는데 최근 들어 판매가 훨씬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건전지, 손전등 등 비상용품 코너와 마스크, 손세정제 등 황사 코너에도 많은 고객들이 몰렸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신미영씨(43·주부)는 나물, 채소 등이 많이 나는 봄인데도 값이 내려가질 않으냐며 한탄했다.

신씨는 "애호박과 두부, 양파 등 간단한 재료로 끓여먹던 된장찌개에 뭘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애호박은 보통 600∼800원대에 샀었는데 1600원이 넘다니 너무 기가차다"고 말했다.

이 점포에는 고가의 유기농 호박과 1600원대의 애호박, 1200원대의 일반 호박이 있었다. 세 가지 종류 중 1200원대의 호박만 판매가 매진됐다. 달래, 쑥 등 봄 제철 채소도 이상한파 등으로 예년보다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주부는 "일본 대지진으로 국내외 분위기가 어수선해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단 할인 상품 중에서도 세제, 휴지, 샴푸 등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제품 위주로 다량 구매했다"고 말했다.

/happyny777@fnnews.com김은진기자

■사진설명=방사능 물질에 오염되기 전에 소금을 사 가려는 소비자들 때문에 소금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 19일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는 소금재고가 모자라 진열대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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