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하 재단)은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중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올해 상반기 중 서울·수도권 지역에 센터 1곳을 설치해 운영에 들어가고 하반기 중에는 서울·수도권 이외 2개 센터를 추가할 계획이다. 재단은 이날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울·경기 지역 소재 정신과를 갖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치료센터를 정할 계획이다. 책정된 센터 운영비는 5억원이다. 재단은 올해 게임과몰입과 관련, 16억5000만원을 예산으로 확보해 뒀다.
재단 김종민 이사장은 “현재 게임의 문제는 문화 현상의 그림자라고 본다”며 “2∼3세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제 게임이 어떤 관습(아비투스)으로 받아들여질지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단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게임업계에 대한 각종 규제 움직임에 맞서기 위한 카드로 제기된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일부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치료센터’라는 용어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그간 게임업계는 ‘과몰입’이라는 단어를, 여성가족부 등은 ‘중독’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해 왔다. ‘중독’은 게이머를 ‘치료의 대상’으로, ‘과몰입’은 게이머를 관리대상으로 바라보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그런데 재단이 운영하는 센터 명칭에 ‘치료’라는 게임업계가 금기시했던 단어가 사용됐고, 이는 곧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을 ‘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분류하는 여가부의 입장이 명칭에서부터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정해진 센터 명칭은 ‘게임과몰입 상담센터’였으나 이날은 ‘치료’라는 단어가 추가돼 ‘상담치료센터’로 바뀌었다.
김 이사장은 “내부적으로 치료라는 단어를 쓸지 말지를 놓고 매우 치열한 토의가 있었다”며 “현재 게임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 등을 고려해 치료센터로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센터의 실사용자들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이날 재단 발표에 따르면 치료센터는 준정신병원에 해당한다. 센터의 주이용대상층일 청소년에게 ‘정신병원’이라는 이미지가 가질 거부감 때문이라도 청소년의 이용률이 매우 낮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재단 관계자는 “그 같은 문제 때문에 전화를 통한 상담과 오프라인상으로 의사와 게임과몰입 상태의 사람을 의사가 직접 만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재단이 제대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도 문제다. 게임문화재단 상근자는 정용환 사무국장을 포함해 모두 4명뿐이다. 이날 발표의 핵심인 치료센터 운영을 외부 기관에 위탁한 것 역시 재단 자체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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