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영토를 넓혀라] 베트남시장-(2) 규제 장막..현지화만이 살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23 17:18

수정 2014.11.07 00:11


【호찌민(베트남)=강두순기자】 베트남 금융시장은 한국 금융기관들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불려 왔다. 진입장벽이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성장잠재력이 높아서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 정부가 금융산업 보호장벽을 높이고 해외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맹목적인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들은 궁극적으로 현지화만이 살 길이라는 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는 것도 대응책의 일환이다.
또 카드 및 보험업무 진출 등 틈새시장 공략도 모색하고 있다.

최철우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장은 "베트남 금융당국의 영업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현지 진출한 국내 은행 간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더 이상 국내 진출 기업들만을 상대로 한 영업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선진 은행기법을 베트남 현지 문화와 접목시키는 현지화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높아지는 금융 규제 장벽

날로 강화되고 있는 베트남 금융당국의 규제는 한국 은행뿐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모든 외국계 은행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지난 수년간 외국계 은행들이 베트남 내에서 적은 투자로 큰 수익을 남기자 현지 로컬은행들의 불만이 고조됐고 이것이 당국의 영업규제 강화로 이어졌다는 게 현지 금융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경제위기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베트남 금융사들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등 베트남을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것도 베트남 금융당국의 규제강화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현재 베트남에는 48개 외국계 은행이 진출해있다. 최근 소비자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ANZ나 HSBC를 제외한 대부분은 베트남에 진출한 자 국기업들과의 거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몇년간은 한국계를 비롯,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에 '호시절'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자기자본이익률은 30∼40%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은행 지점들의 경우 자본금 1500만달러의 지점이 지난해 순이익을 800만∼1000만달러를 낼 정도였다고 한다. 자기자본이익률(ROE)로 따지면 50∼60%에 달한다. 이와 관련, 베트남 중앙은행은 은행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외은지점의 동일인 여신한도를 종전 본점 자본금의 15%에서 지점 자본금의 15%로 축소했다. 따라서 베트남 현지 국내 은행 지점들의 영업력 위축은 물론 현지 기업들에 대한 지원 등에도 애로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에 앞서 베트남 금융당국은 지난해에는 은행산업 건전성을 위해 예대율(대출금/예수금)을 80%로 맞추고 적정자본비율 8% 이상 유지하는 규제를 단행하기도 했다.

박봉철 기업은행 호찌민 지점장은 "외은지점에 대한 여신한도를 제한하는 법은 이미 바뀌었지만 시행령은 오는 6, 7월에나 나올 전망이어서 당장 큰 애로 사항은 없다"면서도 "대부분의 현지 진출 국내 은행들이 자본금 증자 규모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과 중국계 은행들은 5000만∼1억달러 이상의 자본금 증자를 거의 확정한 상태이며 현지 한국 은행들도 본점과 증자규모를 조율 중인 상황이다. 자본금을 증자할 경우 국내 기업들에 대출한 나머지 금액을 현지 기업들과 개인 고객들을 상대로 운영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현지 네트워크가 부족해 국내 은행들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현지화만이 살길

이런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궁극적으로는 현지화만이 살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중 신한은행은 베트남 호찌민 법인을 한국 관련 기업금융과 현지인 상대 프라이빗뱅킹(PB) 전문 은행으로, 기존 신한비나은행(합작법인)은 베트남 중소기업금융 전문 은행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지 소비자 금융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신한카드와 공동으로 베트남 신용카드 사업진출을 추진 중이다. 네트워크도 점차 넓혀 중장기적으로는 주요 전략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채널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현지 당국의 규제강화와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지점들의 법인전환을 적극추진하는 한편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카드, 보험 등 본사 금융계열사들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오는 6월 호찌민 지점 오픈을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은 하노이에도 추가로 지점을 내기 위해 사무소 개설을 검토 중이다. 양 지점 간 네트워크 체제를 확립해 국내 진출기업들에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현지 기업과 개인들을 상대로 한 영업도 모색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PB 서비스를 선보여 베트남 현지의 상위 1% 부유층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웠다. 기업은행은 보다 긴 안목을 갖고 현지화를 진행한다는 계획 아래 현지 전문가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봉철 지점장은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나름대로 영업을 잘 해왔지만 앞으로 국내 진출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지화로 활로를 모색한다 해도 결국 얼마나 많은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은 장기플랜을 통한 현지 전문인력 육성 플랜을 마련해 베트남 현지 직원들을 본점에서 연수시키는 프로그램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국내 직원들 가운데 베트남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베트남 내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인 대한생명도 오는 2013년까지 대도시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을 22곳까지 늘려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dsk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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