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한인영 교수(사회복지학) 연구팀은 최근 전국의 19∼54세 남성 10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141명(약 13.5%)이 음란물 강제 노출과 강요된 성관계 등 각종 성학대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 성학대피해에 초점을 맞춘 전국 단위의 설문조사가 시행된 것은 처음으로, 이번 연구결과 논문은 국외 학술지 ‘저널 오브 로스 앤드 트라우마(Journal of Loss and Trauma)’ 2011년도 1호지에 발표됐다.
피해유형(복수응답 가능) 별로는 성적농담을 하거나 음란물을 억지로 보게 하는 행위가 73건으로 가장 많았고 피해자의 성기를 보려 하거나 가해자가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는 행위가 37건으로 뒤를 이었다.
성기를 만지는 행위(28건), 강제 키스(23건), 성인과의 합의된 성관계(18건), 구강성관계(5건), 성폭행 시도(4건) 등도 피해유형에 포함됐다. 피해자의 유형별 평균 연령은 성기를 만지는 피해가 13.7세로 가장 낮았고 합의된 성관계와 강제 성관계가 각각 17.4세와 17.5세로 가장 높았다. 통상 사춘기인 13∼17세에 학대가 많았던 것이다.
가해자의 남녀 비율은 유형별로 다양했다. 성기를 보거나 만지는 행위는 남성 가해자가 각각 66.7%와 57.1%에 달했지만 강제 키스는 여성 가해자 비율이 82.6%였다. 강요 또는 합의에 따른 성관계의 가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전체 가해자의 86%는 아는 사람(acquaintance)이었고 가족이나 친척이 학대를 저지른 사례는 4%였다.
모든 학대 유형에서 의학·법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은 경우는 0∼1건에 불과했고 각 유형의 피해자 대다수(80∼100%)는 ‘도움을 아예 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통계 분석을 통해 응답자가 음주와 가출 등 청소년 비행 활동을 하면 학대를 당할 위험성이 1.7배 증가하고 저소득 가정 출신이거나 대도시에 살아도 이 수치가 1.4∼1.5배 늘어난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한국 사회는 남성 성학대 문제를 다룰만한 전문성이 매우 부족하다”며 “학교와 지역사회 등에 이런 문제를 도와줄 상담사를 배치하고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성학대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못지 않게 당사자에게 큰 정신적 외상을 줄 수 있고 일부 피해자에게는 후일 성범죄 가해자가 될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art_dawn@fnnews.com손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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