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 “집채만한 배터리 만들 것”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17 17:51

수정 2014.11.06 21:15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63)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청계산 산행을 함께 한 자리에서 "에너지저장용 초대형 배터리 사업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초대형 에너지 저장장치'라는 미래 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발표다.

이를 위해 호남석유화학은 대용량 배터리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의 ZBB에너지와 '화학흐름전지(CFB·Chemical Flow Battery)'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국내에선 처음이다. ZBB에너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직접 방문해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첨단 배터리 업체다.

정 사장은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은 밤낮으로, 바람이 불 때나 불지 않을 때 항상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럴 때 필요한 집채만한 큰 배터리를 만드는 것인데, 이 배터리 하나가 자동차용 2차 전지의 수백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 "LG화학이 키우고 있는 리튬이온 방식의 2차 전지와는 다른 케미컬 배터리 시장"이라고 했다. 아연-브롬 화학흐름전지는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기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데 쓰인다.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안정성과 가격경쟁력 면에서 대용량으로 개발하기에 적합하다.

호남석유화학은 오는 2012년 상용화 수준의 500kWh 급 '3세대 아연-브롬 화학흐름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 도서지역 등 풍력, 태양광 연계 실증사업을 벌여 사업성도 검증한다. 향후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사업성을 높여 오는 2015년까지 화학전지 사업에서 4000억∼5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또 정 사장은 "대용량 배터리 사업을 통해 '2018년 매출 40조원의 아시아 최고 화학기업'이라는 비전 달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아울러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기존 석유화학 부문과 장섬유복합재, 탄소복합재 등 고기능성 소재개발 분야와 함께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풍력발전 등 차세대 발전시장 확대를 위해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2009∼2010년 장섬유복합재 생산회사인 삼박엘에프티와 탄소복합재 전문기업인 데크항공을 잇따라 인수했다. 오는 2012년 이후 대용량 저장장치 상용화까지 한다면 차세대 발전분야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또 대형 배터리 사업과 함께 2차 전지 소재 개발도 확대한다. 정 사장은 "2차 전지 핵심소재(전해액,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중 전해질은 이미 KP케미칼이 기술력을 갖고 있고, 분리막은 SK와 다른 생산비용이 낮은 건식(乾式)공법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이 같은 4개 소재 가운데 2개 핵심 소재(전해질, 분리막) 개발은 물론 대용량 배터리까지 상용화해 차세대 배터리 통합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케이피케미칼과의 합병에도 속도를 낸다.
정 사장은 "양사가 합병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으며 연내에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롯데 보유 지분 57% 이외의 나머지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사장은 "국내 산업에선 케이피케미칼과 사업이 중첩되지 않는데 해외로 나가면 케이피케미칼 따로, 호남석유화학 따로 이럴 수는 없지 않으냐"며 "앞으로는 해외로 비중을 키워나갈 건데 창구도 일원화하고 덩치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9년에도 합병을 추진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합병비용 부담이 너무 커져 무산됐다.

/skjung@fnnews.com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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