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부촌인 성북·구기·한남·동부이촌동 등지의 ‘포켓부동산’ 시장이 매물 품귀 속에 주택경기 장기 침체의 무풍지대를 형성하며 고액자산가(큰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부이촌동의 랜드마크단지인 GS한강자이 단지 내 한강 전면부 4개동의 최상층(각 23층)에 위치한 307㎡ 펜트하우스는 지난 2006년 40억원에 거래된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시세마저 가늠하기 어렵다. 이 펜트하우스에는 전 대통령 아들과 대기업 오너 일가 등이 거주해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이어서 웃돈을 줘도 살 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단지의 일반아파트로 규모가 가장 큰 251㎡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아 현지 중개업소 등을 통해 이른바 ‘작업’을 해야 겨우 살 수 있을 정도다. 임대 중인 일부 아파트를 집주인과 협의해 웃돈을 주고 매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아파트는 시세가 35억원 정도지만 ‘작업’ 과정에서 더 오를 수밖에 없다. GS한강자이에는 유명 가수 등 스타급 연예인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한남동의 고급 빌라단지인 유엔빌리지도 국내 주택경기 침체는 ‘남의 나라 일’이다. 대기업 총수와 임원, 외국 대사 공관 및 상사 주재원 등이 거주해 상시 수요가 넘치는 곳이다. 대표적인 유엔빌리지의 경우 한강 조망이 가능한 198㎡는 시세가 30억원 선이며 임대료는 월 700만∼800만원에 달한다. 이 일대 역시 월세 물건만 간혹 나올 뿐 매매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성북동은 330 일대가 주목받고 있다. 대교단지, 꿩의 바다, 성락원 주변 등인데 최고 지역으로 꼽히는 대교단지는 고급주택 시세가 3.3㎡당 2000만∼3000만원으로 가장 비싸고 나머지 지역은 1500만∼2500만원가량이다. 얼마 전 배용준이 입주한 이 일대 단독주택은 대지 760㎡ 규모로 시세가 50억원 정도다. 이 일대는 두 차례에 걸친 금융위기 때도 가격변동이 없었고, 한 번 구입하면 장기거주하는 집주인이 대부분이어서 매물도 거의 없다. 현지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 대교단지의 매물이 나오자 곧바로 사들여 이사했다”고 말했다.
가회동 일대 북촌한옥마을은 지난해 말부터 고급주택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50억원 규모의 한옥을 사려는 ‘큰손’이 등장하면서 집주인이 55억원, 60억원으로 두 차례 호가를 높인 상태에서 60억원을 고수하고 있다. 가회동 한옥은 3.3㎡당 3500만∼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부동산중개법인인 에이플러스리얼티 백정은 리서치센터장은 “돈에 구애받지 말고 ‘포켓부동산’을 구해 달라는 초우량고객(VVIP)이 늘고 있지만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포켓부동산’은 ‘주머니 속의 부동산’이라는 뜻으로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아 희소가치 때문에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부동산을 일컫는다. 서울 지역에서는 성북·구기·한남·동부이촌동 등의 초고가 단독주택 및 빌라,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며 대기업 오너나 스타급 연예인, 정치인 등 최상류층이 주로 거주하고 집값은 수십억원이 넘지만 매물이 없어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 한옥마을로 유명한 서울 가회동 일대 고급주택도 최근 큰손들이 실거주나 장기투자 목적으로 매입에 나서면서 ‘포켓부동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winwin@fnnews.com오승범 박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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