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방송 송출 중단사태, 자율계약으로 해결안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9 18:55

수정 2014.11.06 20:06

정부가 규제하는 방송시장에서도 지배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장의 자율경쟁에 맡겨서는 지금의 방송 송출 중단 및 시청권 침해 사태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시장지배적사업자여서 경쟁사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 것처럼, 방송시장에 대해서도 경쟁상황을 면밀히 진단해 규제 수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서울 을지로 은행회관에서 마련한 ‘지상파방송 재송신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재영 방송정책연구그룹장(연구위원)은 “현재는 지상파방송이 유료방송사업자보다 지배력에 우위가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유료방송 역시 가입자가 많을수록 지배력이 높지만, 지금은 지상파방송을 포기할 수 없어 방송이 끊어지면 유료방송사업자를 바꾸는 상황”이라며 “유료방송보다 지상파방송이 지배력 및 협상력에서 우위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료방송 중엔 케이블방송, 인터넷TV(IPTV), 위성방송이 있어서 가입자가 사업자를 바꿀 수 있지만 시청자가 KBS, MBC, SBS 중 어느 하나를 빼고 다른 방송을 선택할 여지는 거의 없을 만큼 지상파방송이 힘이 있다는 말이다.

최근 MBC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와 재송신 비용 분쟁에서 MBC는 ‘방송 송출이 중단될 경우 다른 유료방송을 이용해야 한다’는 식의 자막을 내보낸 적이 있다. 반면 KT스카이라이프는 MBC의 방송 송출 전면 중단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요구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연구위원은 “지배력에 차이가 생기면 경쟁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며 “방송 분쟁에서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송산업 경쟁상황을 평가하면서 경쟁의 범위 및 지배력 수준을 평가·분석하고 있다. 방송·통신의 결합 등 시장상황의 변화에 발맞춰 적합한 규제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날 공청회는 업계의 치열한 재송신 비용 다툼 때문에 이례적으로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 방송학회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지상파방송에서 토론자로 추천한 인하대학교 하주용 교수는 “이번 KT스카이라이프의 방송 중단 사태는 각 영역에서 덩치가 큰 지상파-케이블방송 간 재송신 갈등의 ‘유탄’으로 볼 수 있다”며 사업자 간 지배력 차이에 따른 현상을 설명했다.

그는 “방통위의 제도개선안 중 지상파방송 전체로 의무재송신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은 방송 송출 중단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며 “대신 콘텐츠 대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공탁금을 걸어두고 재송신 비용 산정기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제3의 기관에 공탁금을 걸어놓는 이 방안은 최근 한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재송신 분쟁에서 법원이 제안한 내용이기도 한데, 끝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날 공청회에서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측은 지금의 재송신 구조와 관련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단 현재 법으로 규정한 보편적 시청권의 범위, 공영·민영방송의 구분이 명확하지 못해 분쟁의 불씨가 되는 만큼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데 서로 공감했다.

방송학회에서 토론자로 추천한 한국소비자연맹의 강정화 사무총장은 “돈을 내고 보는 방송에서 시청권이 침해되는 것도 문제지만, 유료방송을 옮기는 과정도 상당히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상파방송은 유료방송이 아니더라도 시청자가 안테나로 직접 수신해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전파 수신환경이 떨어지는 일도 이번 사안에서 명확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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