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만나고 싶었습니다] (4)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벤처 투자로 고수익 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15 16:48

수정 2014.11.06 18:53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투자자로 변신한 장병규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 대표의 말이다. 높은 수익률은 어느 투자자나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 대표의 말은 의미가 좀 다르다. 그의 설명을 듣고나니 더욱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그는 "우리가 두 자리대 수익률을 내줘야 제2, 제3의 벤처투자자들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아이디어 수준에서 그치고 마는 현실에서 그가 강조하는 수익률은 수익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말하자면 그가 남긴 흔적이 후대엔 '길'이 될 수도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본엔젤스 본사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유지했다. '사람 좋다'는 업계의 평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때로는 엄숙한 표정으로, 표정이 모자랄 땐 손짓을 섞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 '벤처투자는 나의 운명'

장 대표는 성공한 사업가다. 나성균 네오위즈 창업자와 처음 일을 시작했고, 네오위즈가 상장되면서 두둑히 한몫을 챙겼다. 군 제대 후에는 검색업체 '첫눈'을 창업해 350억원에 매각했다. 그의 별명 '1000억원대 자산가'가 말하듯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벤처에 '무한애정'을 표한다. 유난히 '먹튀' 논란이 많은 이 바닥에서 장 대표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벤처계를 떠나지 않는 이유를 '동지애'로 설명했다. 그는 "벤처의 어려움과 벤처의 짜릿함을 모두 알고 있다"며 "그들에게 동지애를 느끼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또 하나의 사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한 곳 가운데 만족스러운 곳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주저 없이 '스픽케어'라고 답했다. 스픽케어는 토익 스피킹 회화 전문사이트다. 토익(Toeic) 시험에 '말하기'가 포함되면서 토익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만들어진 것이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 영어를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사이트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더라"며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투자처 선정은 이렇게…

그는 자신의 독특한 '돌다리 투자법'도 소개했다. 그는 현재 사내에 두 명의 파트너와 함께 투자처를 선정한다. 그까지 포함해 3인이 모두 '오케이(OK)'를 해야 투자가 이뤄진다. '3인 만장일치제'다. 그의 이런 투자법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장 대표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직관을 투자처 선정 때 사용하지 않는다. 초기엔 직관으로 투자했더니 성적이 좋지가 않았다"며 "한 파트너는 증권가 애널리스트고, 다른 파트너는 벤처기업을 성공시킨 분"이라고 소개했다. 투자처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이 제시되니 입체적인 분석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가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 곳도 있다. 그는 "모르는 곳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리 사업 아이템이 훌륭해 보여도 단박에 이해가 가지 않으면 정중히 사양한다고도 했다. 대표적인 업종으로 그는 제조업을 꼽았다.

그는 "공장이 돌아가고 제품이 생산돼 재고가 쌓이는 업종은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며 "이는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투자 유망처를 '모바일'이라고 찍어 답했다. 그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과 웹이 함께 돌아가는 서비스에, 사용자들끼리의 교감까지 가미하면 훌륭한 사업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노력하는 천재'

그가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사용한 단어는 '노력'이었다. 대학 땐 친구들보다 뒤처진 프로그래밍 실력을 빨리 키우기 위해, 네오위즈 시절 전공이 아닌 경영을 덜컥 맡게 됐을 때에도 그는 노력했다. 장 대표는 "프로그래밍을 2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굉장히 늦은 것이다. 느리니까 더 열심히 했다. 졸업할 때쯤 되니 그래도 학교에서 유명한 프로그래머가 돼 있었다"며 "지금은 (내가) 프로그램 짠다고 하면 다들 웃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공학도들이 모인다는 카이스트(KAIST) 그것도 전산과에 입학했다. 입학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천재성은 인정된 셈인데, 여기에 노력까지 보태졌으니 이후 그의 삶이 성공으로 이어진 건 어찌 보면 필연이었겠다.

그의 재능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대학시절 친구 2명과 함께 만든 수강신청 시스템이 학교의 수강신청 시스템으로 채택됐다. 현역 군인이던 시절 틈틈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국방부 주최 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공부에 쏟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재무와 마케팅, 경영 전공 서적들까지 그가 필요한 지식을 모으기 위해 그는 지금도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 '만나고 싶었습니다'는 포도트리 이진수 대표가 추천한 바닐라브리즈 한다윗 대표의 인터뷰가, 그 다음 회는 장병규 대표가 추천한 권도균 대표(이니시스 창업자)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사진설명= 허민 전 네오플 대표가 추천한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