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은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에 위험하거나 실패율이 높은 피임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사후피임 등 잘못된 피임법이 성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극심한 저출산 분위기 때문에 계도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저출산 때문에 잘못된 피임 방치
22일 피임연구회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의 피임약 복용률은 2.5%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이는 피임약 복용률이 30∼40%에 이르는 유럽 국가와 14%인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반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이나 응급피임약 등을 선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건복지부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지난 2005년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 조사와 출생통계를 보면 당시 신생아 44만명이 태어날 때 34만명은 낙태로 희생됐다. 4명이 태어날 때 3명은 희생된 것이다.
지금은 낙태가 금지됐지만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낙태 건수까지 집계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신생아 47만명이 태어날 때 몇 명의 아기들이 희생됐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2005년 조사 이후 공식적인 실태조사도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의약계 관계자는 "출산문제와 별개로 피임에 대한 올바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술보다 피임약이 안전
특히 휴가철이 다가오면 사후피임 등 부적절한 피임을 고려하는 여성들이 늘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요구된다. 피임연구회는 실제 7∼8월 서울 산부인과들의 응급피임약 처방이 평소보다 10% 정도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술이나 응급피임보다 피임약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이임순 피임연구회 회장(순천향대병원 교수)은 "사후피임약이라고 불리는 응급피임약은 호르몬 함량이 매우 높아 생리과다 등 부작용이 크고 피임 성공률도 85%로 낮아 말 그대로 응급 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최근 나온 피임 신약들은 호르몬 함량을 점점 낮춰 부작용이 적고 피임 성공률도 99%로 높다"고 설명했다.
피임방법은 나이, 피임기간, 성교 빈도 등에 따라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의료진과 상담해 '맞춤피임법'을 처방받는 것도 중요하다. 결혼을 앞둔 미혼 여성이나 골반염증이 심한 여성은 먹는 피임약을, 불임수술을 원하지 않는 기혼여성이라면 자궁내 장치를 고려할 수 있다.
이 회장은 "많은 여성들이 피임약을 복용하면 임신을 못한다, 기형아를 낳는다, 암이 생긴다, 살이 찐다는 오해 때문에 월경주기법이나 질외사정과 같은 비과학적 방법을 가장 많이 묻는다"며 "완벽한 피임법은 없지만 여성은 피임약을, 남성은 콘돔을 함께 사용하는 '듀얼 더치' 방식으로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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