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적합업종) 선정을 위한 신청서 마감이 오는 27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중소기업계가 적합업종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24일 동반성장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감 당일과 전일 사이에 중소기업 및 협동조합, 단체 등의 적합업종 신청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두부를 제조하는 기업들이 속해 있는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도 현재 신청을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식품조합에는 11개 조합, 487개 중소기업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연식품조합 황성식 전무는 "두부는 막대한 시설투자나 기술력 등이 없어도 일반 가정에서 쉽게 제조할 수 있는 것처럼 생계형 자영업자 대부분이 영위하고 있는 산업이며, 첨단 산업처럼 성장성이 뛰어나거나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도 아니다"라는 말로 적합업종 선정 당위성을 표현했다.
금형이나 주조 등 뿌리산업 관련 회사들도 이번 적합업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금형연구소를 설립, 인력 빼가기가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대기업들이 금형회사를 직접 차리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금형의 경우 10인 이상 기업이 1200개가량이고 5인 이상 기업은 2400여개 정도다. 여기에 1인 이상 기업까지 포함하면 수천개 중소기업이 금형업을 영위하고 있다. 업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에이테크솔루션이 지난해 19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나라엠앤디도 8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금형업은 제품의 다양성과 개별성 때문에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산업으로 꼽히고 있고, 특히 종업원 규모가 일정수 이상이면 오히려 경제적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99.9%를 중소기업이 영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절대 다수가 중소기업이지만 수출에서 수입을 차감한 무역수지도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연간 평균 1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앞서 선정 가이드라인 확정 시 적합업종과 품목의 시장 규모를 따로 규정하지 않았고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범위 역시 정하지 않은 터라 향후 진행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두부사업으로 발판을 다져 지금은 중소기업을 벗어나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선 풀무원의 예가 대표적이다. 풀무원은 1984년 풀무원효소식품이란 이름으로 두부와 콩나물 사업을 시작, 지난해에만 1조3000억원(연결 기준)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와 함께 지주사인 풀무원홀딩스 아래 계열사만 20개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두부가 1조원 넘는 회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고 결과적으로 풀무원은 같은 산업을 영위하는 대부분 중소기업들에 표본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계선을 잘못 그을 경우 두부로 큰 풀무원에 두부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오는 27일까지 적합업종 신청을 마무리하는 대로 접수 및 품목을 분류하고 실태조사를 담당할 전문기관을 지정, 본격적인 적합업종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동반성장위원회 이창희 전문위원은 "전문기관은 공적 성격을 띠고 있으면서도 중립적인 위치에서 현장 실태조사를 면밀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연구기관 가운데 선정할 것"이라면서 "선정 조건 등은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bada@fnnews.com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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