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우울증 자살’ 국가적 책임 필요/허현아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6.03 17:29

수정 2011.06.03 17:29

한국사회가 우울증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유명인들의 자살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최근 몇 년만 보더라도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 2005년 배우 이은주가, 2007년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2008년 최진실에서 2010년 동생 최진영과 탤런트 박용하로 이어진 자살의 충격을 올해는 아나운서 송지선과 가수 채동하가 이어받았다.

공식적인 사인은 모두 우울증에 의한 자살. 한국사회는 이들의 죽음을 유명인들의 남모르는 고충과 스트레스로 추정했다.
소위 '다른 세상'에 사는 특권계층의 나약한 심리 탓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연일 터지는 유명인의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짙은 우울감과 그 책임을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에 떠넘기는 구실이 됐다.

그러나 우울과 자살의 연쇄고리는 유명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65만명이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앓았다. 특히 감정이 격앙되는 '조증'과 가라앉는 '울증'이 교차해 돌발행동을 일으키는 조울증이 29%나 증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살 위험이 월등이 높은 조울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20∼40대 젊은층이라는 대목에도 눈길이 멎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 통계 밖 사각지대까지 감안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는 셈이다. 하지만 관할당국의 원인 분석은 '과도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살의 내막이 갖는 지극히 사적인 특성 때문에 근본적 처방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유명인의 자살사건이 터질 때마다 유명무실한 전문가 토론회로 위안을 삼는 관행도 여전하다.

'결혼, 성공, 취업….' 책임을 떠넘길 구실은 여전히 많지만 자살은 개인 차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방치된 우울과 좌절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통감할 때다.

/pad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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