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소비자 울리는 채권추심제도] (중) 신용정보사 과열 경쟁 왜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6.06 22:05

수정 2011.06.06 22:05

신용정보사들이 채권추심을 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의 과열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카드대란 당시 생긴 불량금융채권으로 업체 수는 늘어난 반면 시중에 남아 있는 불량채권은 계속 감소세를 보여 시장에 과부하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로지 수수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채권추심인 고용행태도 실적 경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카드대란 10년 '시장포화'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채권추심을 주로 하는 신용평가사들은 치열한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서울신용평가와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업무를 주로 하는 곳을 제외하고, 채권추심과 신용조사만 하는 전업 신용정보회사만 20곳에 육박한다.

채권추심업의 역사는 카드대란이 발발한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드대란 이후 신용불량자의 금융채권을 추심하는 업체가 큰 폭으로 늘었으나 그 이후 금융채권이 급격히 줄면서 수익성이 급감했다.

신용정보사 관계자는 "카드대란 이후 금융채무불이행자의 돈을 받아주는 채권추심업체들이 40개까지 늘었으나 최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국민신용정보 등 2곳의 신용정보사들이 금감원이 정하는 신용정보업 기준에 미달돼 허가가 취소됐다. 그만큼 이 시장이 척박하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신용정보사들은 카드사 연체금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연체금은 물론 정보통신사와 정수기 연체대금을 받아주는 통신채와 기업 간 채무를 변제하는 상사채권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신규시장 진출 "만만찮아"

또 다른 신용정보사 관계자는 "카드대란 채권은 회수도 힘들고 국가기관에 위임된 채권이라 수수료율도 낮아서 시장이 퇴보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공사채권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채권시장은 물론 통신채와 상사채에서 치열하게 영업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정보업계에선 카드대란 당시의 신용회복위원회 등에 위임된 장기연채채권의 회수율을 개별 업체 능력의 바로미터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채권에 입찰하거나 사적기관에 실적으로 제출하기 위해선 이 실적이 필요한데 수수료율이 낮아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심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도 경쟁을 심화시키는 한 이유다. 신용정보사 관계자는 "입찰을 하는 공사채권과 달리 통신채 등은 계약을 맺을 때 얼마간의 기간을 주고 그 기간의 회수율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한다"면서 "기간 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기본 수수료도 다 못받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공사채권과 통신채의 경우 돈을 돌려받는 비율인 일정 회수율을 구간별 목표치로 제시한 다음 그 구간에 따라서 수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최저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대보험 못받는 채권추심인

채권추심인을 '위임직' 형태로 고용하는 것도 과잉 추심을 불러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이나 보험 판매인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로 움직이는 조직은 개인 실적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팀제로 움직이게 되면 회사가 아무리 '공정 추심'을 외쳐도 중간 관리자가 묵인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정보사에 고용된 채권추심인은 기본급이나 4대보험도 없이 회수한 채권의 수수료만 가지고 생활한다. 카드사와 보험사들이 4대보험 등을 보장하는 것보다 고용상태가 더 열악한 셈이다.

신용정보사 관계자는 "콜센터를 운용하는 KT상담센터는 일반계약을 맺지만 나머지는 모두 위임직"이라면서 "회수한 채권 금액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회사와 추심인이 나눠갖는 구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수료율 20%의 연체금 100만원을 돌려받으면 수수료 20만원을 회사와 추심인이 각각 10만원씩 가져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신용정보사들은 채권별로 전문 추심인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회사가 위임받은 채권 종류에 따라 인원이동이 잦지만 신용정보협회에 등록한 사람만 입사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제도권 신용정보사들은 철저한 감시감독하에 있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설 추심업체들은 불법행위를 막을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mjkim@fnnews.com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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