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시승기] 17.2㎞/ℓ 연비의 SUV, BMW X3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6.15 17:49

수정 2011.06.15 17:49

새 차를 사려고 하면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자동차 카탈로그에 있는 글자 하나하나를 모두 읽어야 하고 경쟁차종의 좋은 점과 나쁜 점도 줄줄이 외워야 직성이 풀린다. 차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말이다.

몇 년 혹은 십여 년에 한 번 찾아오는 호사스런 걱정을 하는 순간. 바로 차를 고르는 순간이다. 이때 차에 대한 관심은 지푸라기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꼼꼼하게 펼쳐진다.

정말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고민하게 된다. 안전벨트가 사고시 다시 감겨 들어가는지, 에어백은 몇 세대인지, 경추 보호는 잘 되는지, 방향지시등의 소리가 마음에 드는지 등등 평소 차를 타면 관심도 갖지 않는 많은 요소가 구매 결정 채점표에 자리 잡는다.

■ 디테일…디테일…디테일

그런 면에서 BMW는 세계 최고다. 각종 신기술은 선도적으로 적용한다. 자동차 기자들에게도 그래서 인기가 좋다. 새로운 모습을 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BMW를 시승할 때 마다 ‘이 차가 내 것이었으면’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괜히 많이 팔리고 잘팔리는게 아님을 느끼게 된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BMW를 타면 꼼꼼한 배려에 놀라게 된다. 배려를 느끼려면 적어도 사나흘은 타 봐야 한다. 무딘 사람이라면 일주일은 타봐야 할지 모른다.


창문을 닫지 않고 차에서 내려도 리모컨 키를 누르고 있으면 창문을 비롯해 선루프까지 모두 닫힌다. 실내 환기를 위해 선루프 틸팅을 하면 실내 커버도 살짝 열리며 공기순환을 돕는다. BMW의 모든 차에서 비상등 버튼은 똑같은 자리에 있다. 핸들은 생각한 만큼 바퀴를 돌려줘 코너링에 자신감이 붙는다. 트렁크에는 CD를 비롯한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수납하도록 박스형태의 공간이 마련됐다. 주황색의 계기반은 야간운전에도 눈이 피로하지 않다.

■ 4륜구동 BMW를 타면 어딜 가야하나

5990만원의 4륜구동 BMW. X3를 시승했다. 첫 걱정은 ‘어디를 가야하나’였다. 4륜구동이지만 6000만원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가격. 디젤엔진의 토크를 무기로 강한 힘이 느껴지는 차다. 여기에 연비는 무려 17.2㎞/ℓ를 달성했다. 정차시 엔진을 껐다가 출발할 때 다시 켜는 오토 스타트/스톱기술 덕택이다.


이 차의 핵심은 연비일까 오프로드일까.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가 없다. 연비를 위한 기술이 적용된 4륜구동차. 뭔가 어색한 조합이다. 터프한 매력을 갖춘 미소년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름도 ‘이피션트다이내믹스’다. 양면적인 성격을 모두 파악하기 위해 시내를 가로질러 북쪽을 향했다. 서울을 벗어나서는 계속 북쪽으로 한탄강까지 내달렸다. 주말 대낮의 도시는 적당히 막히고 뚫려 오토 스타트/스톱을 사용하기 좋다.

■ 오토 스타트/스톱, 연비는 17.2㎞/ℓ

도심에선 신호등에 설 때마다 엔진이 꺼졌다. 만약 공인연비대로 주행할 수 있다면 67ℓ의 연료통으로 무려 1152㎞를 주행할 수 있다. 416.4㎞인 경부고속도로를 왕복하고 319㎞를 더 달릴 수 있다. 몇 해 전 한번 주유로 서울부산을 왕복한다고 광고하던 차가 생각났다.


시내에 들어서니 오토 스타트/스톱의 작동이 시작된다. 이 기능은 유럽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 도입은 이제 초창기다. 단지 정차시 엔진을 꺼주는 기능만으로 6% 정도의 연비 개선 효과가 있다. 최근 연비 좋다는 수입차들은 대부분 장착하고 있고 포르테 에코플러스를 비롯한 국산차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똑같은 작동원리지만 차량의 전체적 세팅에 따라 구분해볼 수 있다.

■ 시동 꺼져도 에어컨 나오는 2세대 X3

당연한 얘기지만 엔진이 꺼지면 에어컨이 나오는지가 궁금하다. 게다가 겨울에 히터는 나올까, 파워스티어링이 작동할까 여러 가지가 궁금하다. 같은 독일산 자동차라도 차종마다, 브랜드마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의 작동 방식이 다르다. BMW X3는 몇 가지 조건이 맞춰져야 시동이 꺼졌다. 첫째는 좌, 우 회전 중에는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 코너에서 멈췄을 때를 고려한 것. 둘째로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우면 작동되지 않는다. 에어컨을 켜기 위해서나 히터를 틀어야 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 셋째로 정차해서 시동이 꺼진 경우라도 방향전환을 위해 핸들을 꺾으면 금세 시동이 걸린다.


BMW의 SUV가운데 중간 크기인 X3는 2세대를 맞이했다. 1세대보다 커지고 강해졌다. 전장/전폭/전고는 4648/1881/1661로 기존 세대의 4569/1853/1674보다 커졌다. 엔진 출력은 같은 2.0ℓ 디젤엔진을 사용하지만 177마력에서 184마력으로 향상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외형은 커지고 낮아졌으며 엔진은 강해졌다. 연비도 향상됐다. 확실한 변화다.

■ 차를 믿고 떠나는 여행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에 몰입해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다 보니 서울 시내를 빠져나왔다. 엔진이 꺼질 때 마다 알 수 없는 정적이 생기지만 연료가 절약된다는 정적이니 반갑다. 의정부를 지나 한탄강 이정표를 따라 달렸다. 편도 2차로의 길은 여유 있게 달리기 좋다. 빠른 차는 1차로, 천천히 구경하려면 2차로 선 따라 가면된다. 맑은 날씨 햇볕을 쬐기 위해 선루프를 열었다. 천정 대부분이 유리로 된 파노라마 썬루프로 햇살이 쏟아진다. 한탄강 인근에 도착하니 군부대의 표시와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길에서 조금 벗어나 한적한 곳에 차를 대려하니 왼쪽에 문 열린 군부대 훈련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탱크나 장갑차가 달리던 곳으로 보인다.


움푹 파인 웅덩이와 언덕길, 먼지 날리는 흙길까지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다 갖췄다. 평소에 후륜구동 100%로 작동하다가 필요에 따라 4륜구동이 되는 ‘xDrive’를 체험하기 좋다. BMW에 따르면 독일산 동급 SUV가운데 등판능력이 가장 좋다. 특히 3바퀴가 접지력을 잃어도 나머지 바퀴 하나로 언덕을 오른다.

늘 4륜구동을 구입할 때 망설이는 것이 ‘언제 써보겠나’하는 걱정이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면 단 한 번의 사용으로도 효과를 발휘하는 게 4륜구동 시스템이다. 오프로드를 돌아 나와 잠시 도로를 달리니 길 옆 강가에 보리가 펼쳐졌다. 전라도의 보리밭이 5월에 한창이지만 이곳은 보리밭이 아직도 남았다. 밭 사이 농로로 이어지는 길에 차를 댔다.

풀과 보리와 산과 하늘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지금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려있다.
여행을 위해선 완벽한 동반자 BMW X3는 한동안 못 잊을 여행의 동반자였다.

/car@fnnews.com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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