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한여름밤의 클래식.. 당신의 선택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6.29 21:24

수정 2011.06.29 21:24

해발 700m 산 정상에서 클래식 선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기회는 일년 중 한여름 20일에 불과하다. 천재 피아니스트에서 명지휘자로 변신, 클래식으로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행동파 연주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그가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의 첫 내한 공연은 뜨거운 8월의 한복판에 있다. 한국이 길러낸 '피아노의 전설' 12인이 꾸미는 국내 첫 '피아노 페스티벌'도 한여름 밤을 수놓는다. 달력을 펼쳐 동그라미를 쳐볼까. 미리 스케줄을 체크하지 않는다면 발을 동동 구를 수도 있을 듯. 벌써 표가 동이 난 공연도 있다.

■해발 700m에서 울려퍼질 모차르트 '레퀴엠'

강원도 대관령은 국내 클래식 팬들에겐 일종의 성지(聖地) 같은 곳이 됐다.
올해로 8회를 맞은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이제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해발 700m 정상에서 즐기는 클래식의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이번 음악제는 다음달 24일부터 8월 13일까지 펼쳐진다.

올해 주제는 '일루미네이션-빛이 되어'.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슈베르트 등 대가들이 인생의 마지막 시기 탄생시킨 명작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첼리스트 정명화 예술감독은 "시대를 초월한 음악작품들 속에 숨겨진 지혜와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테마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클라리넷 5중주', 슈베르트의 '현악 5중주 C장조', 하이든의 '현악 4중주', 브람스의 '클라리넷 3중주'등이 메인 테마곡이다.

현대작곡가들의 작품도 빠질 수 없는 법. 조지 크럼, 스티브 라이히, 윌리엄 볼컴, 박영희 등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국내에선 평가가 부족했던 박영희의 '타령'은 아시아 초연작이다.

올해부터 새로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정명화·정경화(바이올리니스트·줄리아드 음대 교수) 자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경화는 두 차례 연주를 갖는다. 다음달 29일 정명화, 케빈 커너(피아니스트)와 함께 브람스 피아노 3중주를, 8월 5일 케빈 커너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인다.

첼리스트 카리네 게오르기안과 루이스 크랄렛, 커티스 음대총장인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즈, 세계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리처드 스톨츠먼을 비롯해 손열음, 성민제, 강주미, 신현수 등 국내 젊은 연주자들도 이 축제에 함께한다. 지휘자 성시연은 GMMFS오케스트라와 무대에 오른다.


■바렌보임과 웨스트이스턴 디반 그리고 '평화'

다니엘 바렌보임과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웨스트이스턴 디반'의 어떤 메시지로 국내 관객과 만나게 될까.

이들은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나흘 동안 대장정을 펼친다. 마지막 날 예정된 교향곡 9번 '합창'에선 소프라노 조수미가 솔리스트로 등장한다.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박지민, 베이스 함석헌도 이날 무대에 오른다. 마지막 날 공연은 이미 매진됐다. 나머지 공연은 서두르면 구할 수 있다.

이 공연의 의미가 남다른 것은 바렌보임의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기도 하고 국내에선 사상 유례없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라는 점 때문에서다. 그것도 클래식계 평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웨스트이스턴 디반'이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8·15 광복절을 목전에 두고 펼치는 공연이니 기대감이 증폭될 수밖에.

아르헨티나 출생의 유대계 바렌보임은 독보적인 피아니스트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파리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을 이끈 지휘계 거장이다. 웨스트이스턴 디반은 바렌보임이 팔레스타인 출신의 세계적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1999년 창단한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이란,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중동국가 출신 연주자들이 단원으로 있다. 이들은 2005년 중동의 시한폭탄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목숨 건 공연을 펼치며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하기도했다.

■한동일부터 조성진까지 12인의 피아노 대가들

국내 피아노의 대가들만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페스티벌이 올여름 처음으로 문을 연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선보이는 '피스 & 피아노 페스티벌'이다.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아늑한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김대진이 예술감독이다. 출연진은 국내 피아노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로, 국내 대표 피아니스트 1세대부터 3세대를 아우르는 구성이다. 한동일, 신수정, 이경숙, 김영호, 김대진, 백혜선, 박종훈, 조재혁, 박종화, 임동혁, 손열음, 조성진 12인이 그들. 페스티벌의 부제는 '위대한 24개의 손'이다. 13일 오프닝 콘서트의 시작은 신수정, 이경숙, 김대진의 모차르트 '3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손열음의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한동일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이 뒤를 잇는다.
3명의 단독 피아노 리사이틀도 솔깃하다. 임동혁은 8월 14일, 백혜선은 16일, 조성진은 18일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19일 평화콘서트, 20일 파이날 파크 콘서트가 대미를 장식한다. 콘서트 수익금은 전액 기부될 예정.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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