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을 150가구 이상 지을 경우 일반 아파트 설치기준과 동일하게 관리사무소와 어린이놀이터, 경로당 등 최소 450㎡(150가구 기준)의 공용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도심지 내 땅값이 만만치 않아 공용공간을 확보할 경우 채산성 확보는 물론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에는 도시형생활주택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아파트시장 침체로 일감부족을 겪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도시형생활주택을 포기하자니 그나마 일감이 끊어지고, 짓자니 채산성이 나오지 않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도시형생활주택 실효성 없어
17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에 뛰어든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하반기 공급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갔다. 활발히 공급에 나섰던 군소업체들도 150가구 이상 대단지 공급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관련법에 따라 150가구 이상의 도시형생활주택단지는 어린이놀이터, 경로당, 관리사무소 등 부대·복리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최소면적은 어린이놀이터의 경우 전용면적 300㎡를 기준으로 100가구 초과 1가구당 1㎡가 추가되고, 경로당은 40㎡ 기준에 150가구 초과 1가구당 0.1㎡, 관리사무소는 10㎡ 기준에 50가구 초과 1가구당 0.5㎡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150가구가 넘는 도시형생활주택단지는 최소 450㎡(150가구)에서 최대 688㎡(299가구)의 공용 면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150가구의 도시형생활주택단지를 기준으로 어린이놀이터는 350㎡, 경로당 40㎡, 관리사무소는 60㎡ 이상의 공용면적(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50가구 이상이면 지상에 어린이놀이터 부지 등을 확보하거나 건물 안에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땅값을 감안하면 건물 안에 설치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어린이·노약자 시설설치기준에 따른 피난통로 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해 거의 1개층 이상을 공용면적으로 내놔야 하는 셈이다.기존 150가구 미만 도시형생활주택에 비해 분양가는 올라가고 임대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 사업 재검토·백지화
건설업계는 가구수에 비해 확보해야 할 부대·복리시설 등 공용면적이 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도시형생활주택시장에 진출한 한미글로벌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했던 서울 연신내동에 250가구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 공급계획을 전면 재검토한 끝에 이를 백지화하고 전량 오피스텔로 전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체 시행·시공으로 연신내에 25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의 매력이 많이 떨어지고 비용부담이 높아져 모두 오피스텔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달에 도시형생활주택 전문브랜드 '한라비빌디스튜디오'를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한라건설도 도시형생활주택 150가구 이상 대단지로의 공급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오는 8월 서울 양재동에 분양하는 도시형생활주택 물량은 땅주인과 공동사업으로 하다보니 그나마 수익이 남는 것"이라며 "임대료는 주변 시세 수준에 고정돼 있는데 분양가 상승으로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150가구 이상인 대단지 도시형생활주택은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구수 기준 더 늘려야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건설사 등 군소업체들도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형생활주택 전문 시공업체 A사 관계자는 "가구수 제한을 최소 400∼500가구로 늘리면 몰라도 300가구로는 대형 건설사나 중소업체 모두 답(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하나의 부지 위에 건축주를 두 명으로 반반 나눠서 각각 149가구씩 두 개 동으로 건설하면 150가구 이상에 적용되는 부대·복리시설 설치기준을 피해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도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도시형생활주택은 1∼2인 가구가 도심에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을 단기간 내에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사업성을 감안하면 도시형생활주택과 커뮤니티 시설 등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두 박사는 "부대·복리시설을 갖추게 할 경우 차라리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 짓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winwin@fnnews.com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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