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병사 휴가중 자살..고법 “국가도 일부 책임”

현역병이 선임병 및 동료병사로부터 폭언과 따돌림 등을 당해 휴가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국가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최근 일어난 해병대 총기사건 원인이 해병대 기수열외(따돌림)가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김주현 부장판사)는 휴가 도중 자살한 장모씨 유족이 "부대 관계자의 관리소홀로 정신적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데 따른 책임을 지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는 현역병이 전역하는 날까지 병역 의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구타·폭언·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군복무 환경을 조성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임병과 동료들이 장씨에게 군에서 징계·훈련권을 행사할 때 허용되는 정도를 넘은 폭언과 폭행 등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 같은 폭언·폭행과 소속 지휘관들의 직무태만행위가 장씨로 하여금 자살을 결심하게 된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장씨가 가혹행위에 대해 지휘관에게 보고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자살이란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잘못을 물어 국가의 책임을 15%로 제한했다.

2008년 5월 육군에 입대한 장씨는 자대배치를 받은 뒤부터 내성적인 성격과 약한 체력 탓에 업무처리가 미숙했고 이로 인해 부대원들로부터 욕설·폭행과 함께 선임병 대우를 받지 못하는 등 따돌림을 당했다.

이후 장씨는 2009년 4월 1차 정기휴가 마지막 날 본인의 아파트 9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장씨가 업무 미숙으로 일부 동료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 집단적 따돌림이 있었다거나 이에 대한 부대 측의 관리·감독 소홀로 자살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e-mail]조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