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휴가 후 눈가려움증 심해지면 ‘헤르페스’ 감염 의심해보세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18 17:15

수정 2014.11.05 13:57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뒤 부쩍 눈이 간지럽고 뻑뻑하다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최태훈 원장은 18일 "흔히 '헤르페스'라고 하면 성병(性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면역기능이 떨어진 틈을 타 입 주변, 눈, 잇몸, 손 등 다양한 부위에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헤르페스 눈에도 감염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감염 부위와 증세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성 접촉으로 감염돼 생식기 주변에 증상이 나타나는 2형 바이러스와 그 외 부위에 감염되는 1형 바이러스가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해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피부에 감염되면 물집이나 포진이 생기지만 눈에 침투하면 각막염이나 결막염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눈 주변이 간지럽고 눈꺼풀이나 점막에 작은 염증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한 눈병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이 뻑뻑해지고 눈물이 자주 흐르는 증상이 더해진다.
사물을 바라볼 때 눈이 부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각막에 파고들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각막에 구멍이 생겨 시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주로 망막과 각막에 감염되지만 결막, 눈꺼풀, 포도막 등에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항바이러스로 치료

헤르페스 각결막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게 하는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하다. 항바이러스제를 환자의 눈에 국소적으로 사용하거나 정맥주사, 경구약 등을 통해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치료법 외에도 생활 속에서 신체기능과 면역력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 원장은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 입자가 각막에 남아 변역반응을 일으켜 면역성 각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며 "이 경우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를 동시에 사용해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도 바이러스의 활동을 멈추게 할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통계상으로 전체 헤르페스 각결막염 환자의 약 30% 이상이 2년 내에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소에는 신경에 숨어 있다 피로가 누적되고 열이 나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슬그머니 활동하기 시작한다.
헤르페스 각결막염이 반복적으로 재발하거나 면역성 각막염이 생기면 각막혼탁이 발생해 영구적인 시력장애가 될 수 있다. 심한 경우 각막이식이 필요하며 수술 후에도 신경 내에 잠복하고 있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또다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각막이식 후에는 수년 동안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pompom@fnnews.com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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