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꾸준히 늘고 있는 유리 식기 사고의 특징은 소비자가 유리 식기 제품 사용 시 충격을 주거나 부적절한 취급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유리가 파손되는 경우다. 특히 파손 시 특정 징후도 없이 갑자기 파손되고 파편이 산산이 부서져 폭발하듯이 튀어오른다는 점에서 심각한 경우 치명적인 상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온이나 열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내열유리로 만들어진 제품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사고가 유독 내열강화유리로 표기된 제품이나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제품에서만 일어난다는 점이 문제다.
이달 초에도 냉장고에서 꺼낸 강화유리 식기가 스스로 파손되면서 손목에 봉합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큰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또 데운 닭볶음탕을 강화유리용기에 담았는데 펑하는 소리와 함께 터지면서 발등을 다쳤다는 피해사례도 있었다. 피해를 본 한 주부는 "홈쇼핑에서 전자레인지에 사용 가능하다고 해서 구매했는데 상온보다 조금 뜨거운 정도에서 깨졌다"고 말했다.
국내 실정과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내열유리제 식기 규격에 붕규산염 유리 등의 함유 유무 및 낮은 열팽창계수 기준을 정해 이 기준에 적합한 내열유리제 식기 만을 내열유리제로 표기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 강화유리식기를 급식용기로 사용하다가 학생이 안구 수정체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 2001년 유리제 식기 품질표기를 마련, 내열유리제와 강화유리제 등 유리 재질별로 분명히 표시하도록 했다. 미국의 소비자 잡지 '컨슈머 리포트'에서도 강화유리는 실제 내열유리만큼 내열성이 없으며, 순간적으로 폭발하거나 폭발할 시 비산할 수 있음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강화유리 식기를 사용하다가 폭발해 피해를 보았다는 소비자들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와 관련된 국내의 법안은 강화유리를 내열유리로 표기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개정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이 법안이 개정되면 이를 통해 발생하게 될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과 같이 눈이 실명할 뻔한 큰 대형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열유리제와 구분해 강화유리제 식기 규격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추진해야 한다"며 "관련 업계는 소비자들에게 강화유리 식기 취급 시 주의사항에 대해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ccho@fnnews.com조용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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