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걸의 작품은 인쇄된 도록으로 보면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엽서만한 크기로 작게 축소된 도판 속의 그림은 언뜻 사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랑 벽에 걸린 최영걸의 작품을 두 눈으로 직접 본 관람객은 그의 작품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놀라움에 직면하게 된다. 바늘처럼 가는 세필로 일일이 찍어바른 그 세밀함과 정성, 화면의 깊이, 색채의 정밀성 등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영걸은 이번에도 여름 계곡을 타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와 짙은 가을의 정취, 눈 덮인 겨울산의 풍경 등 한국의 산수(山水)를 담은 20여점의 신작을 내놓았다. '청산도의 오후'나 '강릉의 겨울'처럼 색을 배제하고 먹의 농담만으로 그려낸 한국의 산하도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미술평론가 하계훈은 "최영걸의 작품에서 한국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세련된 표현과 함께 북유럽 르네상스 화가들의 세밀한 묘사와 낭만주의 화가들의 자연에 대한 탐닉, 인상파 화가들의 햇빛에 대한 관심 등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02)730-7818
/jsm64@fnnews.com정순민기자
■사진설명=최영걸 ‘추계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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