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와 싸우느라 제 몸을 돌보지 못한 듯하다. 그는 눈앞의 이익에 몰두한 나머지 검찰의 칼날이 자신을 겨누고 있다는 걸 망각했다.
‘회남자(淮南子)’에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야기가 나온다. 북쪽 국경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그가 기르는 말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낙심하지 않았다. 몇 달 뒤 도망친 말이 오랑캐의 말과 함께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축하했다. 노인은 “이게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기뻐하지 않았다. 어느날 노인의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태연했다. 얼마 후 오랑캐들이 쳐들어오자 멀쩡한 마을 장정들은 싸움터에 나가 모두 죽었으나 노인의 아들만은 절름발이여서 무사했다.
제16대(2000~2004년) 국회의원 시절 오세훈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배수진 삼아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했다. 그는 이때의 청렴ㆍ강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서울시장에 연거푸 당선했다. 전화위복인 셈이다.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것은 오세훈다웠다. 그리고 그는 깨끗이 물러났다.
오ㆍ곽 두 사람만을 놓고 볼 때 누가 과연 진정한 승자인지 헷갈린다. 주민투표의 승자는 분명 곽노현이지만 그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반면 오세훈은 졌지만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작은 싸움은 졌지만 큰 싸움은 오세훈이 이긴 모양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정말 그렇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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