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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떠나는 국도 여행

이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01 18:30

수정 2011.09.01 18:30

▲37번 국도길-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들어선 파주 영어마을은 예쁜 유럽 마을을 연상케 한다.

한낮의 열기는 아직 뜨겁지만 제법 선선해진 아침, 저녁의 공기가 가을의 문턱에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가을은 제법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은 계절이다. 국도변에 핀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에서도, 누렇게 익어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들판의 벼에서도 낭만은 꿈틀거린다. 국도를 따라 떠나는 이색 여행은 그래서 더 감성이 풍부해지는 기분이 든다.

▲ 6번 국도길- 일주문에서부터 1㎞ 남짓 이어지는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산책로는 오대산 여행의 별미다.

■ 마음을 채우는 여행길, 6번 국도

경기도 양평을 시작으로 강원도 횡성, 평창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는 드라이브를 즐기는 마니아들에게는 꽤나 알려진 각광받는 드라이브 코스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는 횡성에서 평창으로 들어서는 경계에 자리한 태기산 길이다.
태기산 길은 태기산의 8분 능선인 해발 980m를 넘어 '양구두미재'로 연결되는데 차창을 열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이 저절로 되는 듯한 상쾌함에 온몸이 편안해진다.

태기산 고개를 넘어 평창군 봉평면으로 들어서면 매년 가을 '평창효석문화제'가 개최되는 효석문화마을에 닿는다. 이효석의 작품 '메밀꽃필무렵'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효석문화마을에는 이효석 생가터, 이효석 문학관, 물레방앗간 등 문학적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볼거리가 많다. 또 아름다운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평화로운 봉평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봉평면에는 폐교를 활용한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도 많다. 무이리에 자리한 평창무이예술관과 덕거리에 자리한 봉평 달빛극장은 폐교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공간으로 전시는 물론 연극, 콘서트,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봉평면에서 진부면 방향으로 이어지는 6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오대산국립공원 입구에 자리한 한국자생식물원이 나온다. 드라마 '여름향기'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꽃과 나무들로만 조성돼 있는 데다 인공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한국자생식물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오대산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일주문에서부터 1㎞ 남짓 이어지는 전나무 산책로는 오대산 여행의 별미. 1700여그루의 전나무를 따라 아름다운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삼림욕을 즐기다보면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 6번국도길- 폐교에서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봉평달빛극장에선 연극, 갈라콘서트,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여행, 37번 국도

경기도 파주 문산과 연천 전곡을 잇는 37번 국도는 시간을 거스르는 길이다. 한국전쟁의 흔적부터 조선, 신라, 고구려, 선사시대의 유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한반도에 남아 있는 태고적 신비와 선사 인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다. 올해 봄 전곡선사 박물관도 문을 열면서 아이들의 체험 학습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선사유적지 길 건너 한탄강변에는 어린이 공룡캐릭터원도 들어서 있다.

37번 국도를 따라 문산 방향으로 이동하면 선사시대에서 신라, 고구려, 조선시대로 순식간에 시간이 바뀐다.

임진강 장남교를 건너면 신라 경순왕릉, 고구려 호로고루성이 자리하고 있고 두지나루터에는 조선시대 황포돛배가 재현돼 있다. 인근 법흥읍에는 율곡 이이의 유적지가 고즈넉하게 조성돼 있고 37번 국도 당동IC 인근의 반구정에는 황희정승의 유적도 남아 있다.

당동IC에서 5분만 달리면 남북 분단의 뼈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임진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에 오르면 전쟁의 상흔을 털어내고 평화롭게 펼쳐진 임진강과 비무장지대(DMZ)의 들판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망배단, 남북을 오갔던 옛 열차 모형들을 두루 둘러보다 보면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염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임진각에서 자유로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시간 여행은 현실과 조우한다. 자유로변에는 헤이리, 영어마을, 파주출판단지 등 가족들의 지친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쉼터 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헤이리에는 독특한 현대식 건축물 외에도 화폐박물관, 장난감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등 이색 전시관들이 들어서 있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 37본 국도길-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릉은 신라의 왕릉 가운데 경주 외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왕릉으로 가치가 높다.

■ 여행 명소와 먹거리 넘쳐나는 17번 국도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서 시작해 대전광역시를 거쳐 전남 여수시 돌산읍까지 한반도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17번 국도는 그 길이만큼이나 주변에 둘러볼 만한 여행지가 널렸다.

17번 국도의 용인∼안성 구간 주변에는 한택식물원, 백암순대, 죽주산성, 안성허브마을, 안성구메농사마을, 칠장사 등 여행 명소와 먹거리 장소가 넘쳐난다. 예술가의 발자취를 만나보고 싶을 때는 백남준아트센터나 장욱진 화백의 고택을 찾아가면 된다.

17번 국도 여행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은 칠장사다.

청룡사와 더불어 안성을 대표하는 고찰인 칠장사는 7세기 중엽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또는 진덕 여왕 때 창건했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으며 칠장사의 나한전은 조선시대 때부터 과거급제에 영험하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그래서 나한전에는 요즘에도 각종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368번 지방도길- 허브향으로 가득한 포천 허브아일랜드 산책로를 걷다보면 온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절로 든다.

■ 자연과 예술의 기운이 가득한 여행, 368번 지방도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을 관통하는 368번 지방도로는 자연과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싱그러운 길이다.

그중에서도 포천 허브아일랜드는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으로 인기가 높다. 지중해풍 허브 빌리지를 콘셉트로 만들어진 이곳은 수도권에서 1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들의 주말 근교 여행에 그만이다. 허브아일랜드에서는 180종의 허브가 자라는 허브식물박물관을 비롯해 허브 음료를 맛볼 수 있는 허브 카페 등 허브를 소재로 한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허브가 주는 여러 치유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테라피센터도 눈길을 끈다.

허브아일랜드에서 수동천을 따라 북쪽으로 5분가량 올라가면 중탄산 나트륨 온천수를 활용한 신북 리조트에 이른다. 이곳이 연중 내내 북적이는 이유는 '스프링 폴(Spring Fall)'이라는 이름의 워터 파크와 온천풀 덕분이다.
30∼40도의 적정한 수온으로 근육을 풀어줄 뿐만 아니라 풀에 몸을 담그고 가벼운 운동을 하며 심신의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그만이다.

신북면 기지리에 위치한 아트밸리는 폐 채석장을 한 편의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킨 공간이다.
입구에서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모노레일을 타고 정상에 오르면 다양한 기획 전시가 열리는 전시관과 주말 공연이 열리는 야외 공연장을 비롯해 야외 조각 공원 등으로 발길을 이어가며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 <자료 협조: 한국관광공사 9월의 추천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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