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음악을 파는 자동차/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07 18:34

수정 2011.09.07 18:34

음악은 소리를 소재로 해 선율·박자·화성·리듬·음색 등을 일정한 법칙과 형식에 따라 결합해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로 정의된다. 음악은 듣는 이에게 즐거움·기쁨·슬픔·위로·용기 등을 불러일으키며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떠오르게 한다. 공포 영화에 음악이 빠지면 전혀 무서움을 느낄 수 없다고 하듯이 음악은 모든 예술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고 필수품이며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어울리게 한다.

런던 시내에 있는 코벤트 가든은 16세기까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과수원이었다. 점차 꽃시장, 과일과 채소시장으로 커지면서 건물이 난립하고 교통 혼잡, 주변의 집장촌 등 문제가 생기자 1974년 정부가 시장을 5㎞ 외곽으로 이전시키고 대신 소규모 상점들과 공예품 가게, 커피점 등을 중심으로 깔끔한 전통시장을 만들었다.
여기에 음악공연과 각종 거리 공연을 곁들여 관광객과 주민들이 즐겨 찾는 활기찬 명소로 탈바꿈했다.

밴쿠버 폴스 크리크에 위치한 그랜빌 아일랜드는 20세기 초반 제재소, 시멘트공장, 페인트공장, 체인·철선·톱 등의 산업용 도구 공장 등 산업단지로 조성됐다. 2차세계대전 후 계속 사양길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1970년대 후반 주정부에서 재생 프로그램에 착수해 공원·주택가·공용시장으로 재개발했다. 예전 공장 건물 외형이 그대로 보존된 채 내부는 식료품점, 예술품가게, 예술전시장, 식당, 카페 등으로 꾸미고 곳곳에 음악공연이 함께 함으로써 외국인도 찾는 문화생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이와 같이 음악은 세계 모든 사람을 끌어 모으고 전통시장도 살려내는 힘을 가졌다.

소니 워크맨은 원래 오디오 부서 엔지니어인 노부토시 기하라가 태평양을 오가는 잦은 장거리 비행 여정에서 오페라를 듣고 싶어 하는 아키로 마리타 회장을 위해 1978년 제작했다고 한다. 1979년 7월 출시된 워크맨은 젊은이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젊음·스포츠·여가·야외활동·피트니스·건강 등과 음악을 연결하는 대중문화를 창출했다.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음악기기로 음악 기술의 새로운 혁명을 연 것이다. 이후 1993년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디지털 오디오 인코딩 포맷인 MP3가 공식 발표되면서 각종 MP3 관련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MP3 플레이어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인터넷을 통해 음악 파일이 퍼져나갔다. 1998년 우리나라 새한정보시스템스에서 신기술의 MPMan도 출시됐 P2P(Peer-to-Peer) 파일공유 네트워크인 냅스터가 1999년 출범했다. 이와 함께 저작권 침해 문제도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아이리버는 2003년 혁신적 제품을 출시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소니를 제치고 세계 최고 기업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MP3 플레이어의 최종 승자는 애플의 아이팟이 차지했다. 청소년기부터 비틀스를 좋아했던 스티브 잡스가 음악을 파는 MP3의 위력을 모를 리 없었다. 2001년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잡스는 이렇게 언급했다. "누가 억지로 문화를 만들 수는 없다. 그런데 음악은 분명히 문화에 속한다. 음악은 어쩌면 우리의 유전자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음악은 누구나 좋아한다. 음악은 공상적인 시장이 아니다." 2001년 10월에 출시된 아이팟은 경쟁제품과 달리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을 합법적으로 유통시키고 예쁜 디자인, 하얀색, 만지고 조작하기 좋은 휠클릭을 도입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아이팟의 성공은 아이폰·아이패드·아이클라우드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 누구나 좋아하고 인류문화의 일부인 음악을 함께 팔면 전통시장도 살아나고 세계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다. 기기·디자인·공간·분위기가 음악과 잘 어울리면 성공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감동적 상품인 음악을 감동적으로 파는 것이다.
기술이 예술과 만나야 하고 특히 음악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거리 여정의 비행기에 음악과 영화가 없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항공서비스 경쟁력은 어쩌면 음악을 음미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에 있다고도 할 것이다.
자동차도 수송 기계장치를 넘어서서 좋아하는 음악을 아이팟 이상으로, 항공기 이상으로 편하고 깔끔하게 제공하면 어떨까. 이제 음악의 힘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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