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추석연휴,봐도 후회안할 공연 아홉가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08 15:59

수정 2011.09.08 15:59


차례상을 물린 뒤 당신은 무얼 하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에 머릿속이 멍해진다면 추석연휴가 끝난 뒤 분명 허전하실 겁니다. 온 가족이 모이는 흔치 않은 시간. 공연 한 편으로 가족애를 다져보는 건 어떨까요. 연휴기간 오래간만에 친구 연인과 함께여도 좋습니다. 추석 한가위, 봐도 후회하지 않을 공연 아홉 가지를 추려봤습니다.

소재로 보나 등장 배우가 주는 만족도를 보나 김성녀의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은 추석 한가위 안성맞춤인 공연이다. 서울 대학로PMC극장에서 한창 공연 중인 이 작품의 매력은 혼자 무대를 꽉 채우는 김성녀에게 있다.
소복을 입고 객석뒤편에서 저벅저벅 걸어내려와 "7년째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며 스르르 무대위로 오른다. 여섯 살 소녀부터 아가씨, 엄마, 남편, 동네 어른, 군인 등 32가지 역을 척척 해낸다. 맡은 역마다 실감나는 목소리와 연기로 객석 장악력이 뛰어나다. 40여년 벽속에 갇힌 남자와 그의 아내, 딸의 이야기로 가족의 애틋한 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스페인 내전 당시 실화를 배삼식 작가가 한국의 시대배경에 녹여 새롭게 각색했다.

경희궁 숭정전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은 한가위 고궁의 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조선시대 어느 여름 밤. 왕세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궁궐은 발칵 뒤집힌다. 모두들 왕세자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결국 찾은 건 왕세자가 아니라 가슴 시린 사랑의 주인공들이다. 현실은 본질과 상관없이 흘러간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지만 웃음 코드는 곳곳에 잠복해있다. 배우들의 독특한 동작과 중독성 강한 음악도 재미를 선사한다.

뮤지컬 ‘맘마미아’ ‘아가씨와 건달들’ ‘늑대의 유혹’은 연휴가 오히려 스트레스였던 이들에겐 화끈한 처방전이 될 수 있다.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최근 개막한 ‘맘마미아’는 그림 같은 그리스 지중해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바 노래의 주크박스 뮤지컬. ‘어머나’ ‘맙소사’를 뜻하는 ‘맘마미아’는 결혼식을 앞둔 소피가 아버지일 것으로 추정되는 3명의 남자를 초대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줄거리로 한다. 도나 최정원, 타냐 전수경-황현정, 로지 이경미의 찰떡호흡이 중년 관객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소피로 나오는 신예 박지연의 연기도 볼 만하다.

LG아트센터에서 인기몰이 중인 ‘아가씨와 건달들’에 흥행 코드가 숱하다. 연상의 쇼걸 아들레이드, 순진한 선교사 사라와 사랑에 빠진 도박 중독자 두 남자의 이야기. 김무열, 진구, 이율, 옥주현 등 화려한 출연진의 한바탕 쇼가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한다.

코엑스아티움의 ‘늑대의 유혹’은 한류에 성공한 K팝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온 어리버리 여학생 한경을 두고 전설의 킹카 두 명이 서로 밀고당기는 사랑 이야기다. 골격은 영화 ‘늑대의 유혹’과 같다. 한류 아이돌 1세대 HOT부터 소녀시대, 카라 등의 히트가요가 절묘하게 튀어나온다. 기분전환용 공연으로는 효과만점이다.

대학로의 미스터리 추리극 뮤지컬 ‘셜록홈즈’는 친구, 연인들이 부담없이 골라볼 만한 공연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두 방의 총성이 울린 엔더스가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비밀을 파헤치는 셜록 홈즈가 주인공이다. 송용진, 김원준의 홈즈, 그의 여비서 제인 왓슨역엔 방진의, 구민진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안정감 있는 무대세트,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강점. 다만 주인공 외 배우들의 노래실력은 약간 거슬리기도 한다. 공연장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2관.

연휴 기간 볼만한 연극은 세 작품 정도 된다. 제각각 개성이 넘친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서울 명동예술극장의 ‘우어 파우스트’에 동그라미를 쳐보자. 물론 연극 애호가들에게도 솔깃한 작품이다. 독일의 저명한 연출가 다비드 보슈가 직접 내한해 만들었다. 파우스트 역 정보석, 메피스토펠레스 역 이남희, 바그너 역 정규수, 그레첸 역 이지영 등 배우들의 면면도 탄탄하다. 괴테가 정식 ‘파우스트’를 쓰기 전 쓴 초고 파우스트다. 인물의 비중은 파우스트, 메피스토, 그레첸 등이 비슷하다.

국립극단과 극단동이 함께 만든 ‘상주국수집’은 군대에서 자살한 아들을 20년 넘게 떠나보내지 못하는 모성을 그려낸다. 고향집이 연상되는 차분한 무대세트가 인상적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 딸이 경북 상주의 작은 국숫집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이 함께 봐도 괜찮은 연극이다.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중이다.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에서 최근 시작한 연극 ‘됴화만발’은 고대 진시황 시절 영생불사의 약을 찾던 의원에 의해 불멸의 몸을 갖게 된 무사 K의 절대 고독을 다룬 액션 활극이다.
소재 자체가 신선하고 무대세트, 안무가 독특하다. 이야기의 끝이 어디일지 보는 내내 궁금해진다.
반전은 없지만 몰입도가 높은 연극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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