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사 결과를 놓고 박근혜 대세론에 변함이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건 물론이지만 반대로 ‘안철수 돌풍은 여전하다’라고 해석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국가 최고 통수권을 겨루는 대선과는 전혀 무관한것 같았던 안철수가 불과 닷새동안의 바람으로 박근혜와 맞짱 뜰 정도가 됐고 그 바람의 생명력도 길게 갈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래저래 두 사람의 입이 주목되는 요즈음이다. 안철수는 차츰 입을 열겠지만 박근혜의 요즘 화두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 라고 한다. 그는 이 문구를 자신의 홈페이지의 머리 부분에 올렸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주변의 설명에 따르면 “소외된 국민을 꼼꼼하게 챙겨 정부 정책 조치에 승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똑같지는 않지만 두루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은 설익은 냄새가 나는 컨셉트이다. 군더더기도 많은 설명이다. 아마 박근혜 진영에선 앞으로 여러가지 방책을 내놓을 것이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예로부터 ‘태평천하’가 그런 나라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잠잔다. 우물을 파 물 마시고 밭을 갈아 밥먹는다. 임금의 힘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정치한다고 힘 깨나 쓰는 사람들이여, 이런 태평천하를 만들 자신이 없으면 정치를 그만 두기 바란다.
그러나 요즘같은 정치 만능의 시대에선 이게 아닐 것이다. 요즘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정치가, 정치인이 이런 일도 해주고 저런 일도 해 주겠다고 많이 약속하는 시대다. 결국 약속이 지켜질수록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된다.
그 때문에 요즘엔 정치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조차 세속의 평화를 위한다고 정치에 뛰어들고 있지 않는가. 행복은 커녕 천하대란을 일으키는게 정치인데 말이다.
행복의 나라로 가는데 꼭 정치의 힘이 필요할까. 꼭 물질이 우리의 행복을 보장할까. 차라리 한대수의 노래가 ‘행복의 나라’로 우리를 인도할지 모른다. 3절까지 이어지는 긴 가사에서 TV에 나오는 대목만 소개해도 그런 느낌이다.
“장막을 걷어라/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보자/창문을 열어라/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또 느껴 보자/고개 들고서 오세 손에 손을 잡고서/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ksh910@fnnews.com 김성호주필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