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대 후반 결혼한 뒤부터 살이 찌기 시작해 100㎏에 육박하는 거구가 돼버린 40대 남성 H씨도 결국 다이어트에 실패해 지방흡인술을 받았다.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비만환자가 늘고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방흡인술을 받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비만치료나 미용·성형 등의 목적으로 지방흡입술을 받는 환자들에게서 빼낸 지방조직의 양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활용가치 없이 모두 폐기된다.
그런데 이렇게 버려지는 지방조직으로 뼈를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주목된다. 지방조직에 들어있는 줄기세포를 뼈를 잘 만드는 세포로 바꾸는 방법이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정형외과 임군일 교수는 7일 "지방흡인술 후 그대로 버려지는 지방조직에 성체 줄기세포가 들어있다"며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골격을 형성하는 전사인자(RUNX-2와 Osterix)의 유전자를 세포 안에 주입하면 골격을 잘 형성하는 형질변환세포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연구자가 성체줄기포를 활용해 골격형성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골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의 양은 아주 적어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따랐다.
지방조직을 이용하면 골수보다 100배 이상 많은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지만 골격으로 분화되는 능력이 골수줄기세포보다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임 교수팀은 골격 형성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지방 줄기세포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골분화 능력이 떨어지는 지방줄기세포를 골격 형성능력이 뛰어난 세포로 바꿔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지금까지 골격이 결손된 환자들은 자기 골반에서 골격조직을 직접 채취해 이식하거나(자가골 이식술) 사체에서 같은 골격을 이식(동종골 이식술)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자가골 이식술에는 골격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손상을 입을 위험이, 동종골 이식술에는 2차 감염 위험이 따랐다.
임 교수팀은 폐기되는 지방조직을 세포치료제로 개발해 이식해 주면 그동안 의학적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골격 결손 질환을 보다 잘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교수는 "골격을 잘 형성하도록 형질이 변환된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할 수 있다면 기존 시술법의 단점을 개선할 수 있다"며 "유전자를 주입할 때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이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인공관절 등 기존 치료법의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최근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2011 기초연구 우수성과'(의약학 분야)에 선정됐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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