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철근 분쟁 해결책 없나/정상균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10 17:57

수정 2014.11.20 13:45

매년 터지는 철근가격 분쟁은 골칫거리다. 철강사 입장에선 더 그렇다. 철근을 생산해 '제값' 받고 건설사에 팔아야 하는데 이 조차도 쉽지 않아서다. 그런데 이 '제값'이 문제다. 주고객인 건설사가 공사현장에서 쓸 철근을 먼저 가져다 쓴다. 한 달 후에 값을 치르는데 철강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제값을 "비싸다"며 수용하지 않는 일이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터지면 건설사들은 똘똘 뭉친다. 국내 31개 건설사 자재담당 과·차장들이 모인 건자회(대한건설사자재협의회)라는 조직이 결제거부-특정업체 불매운동-가두시위라는 수순으로 맞대응한다.
1990년 중반 이후 수년째 반복되는 철강사와 건설사들의 갈등이다.

2011년 9월. 또 싸움이 벌어졌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이 반제품(빌릿) 수출가격보다 못한 내수 공급가격을 t당 85만원 이상 올린다는 말에 건설업계는 "우리에게 손실을 전가하려고 한다"며 결제를 거부하고 불매운동으로 맞섰다. 철강사들은 최후 카드로 건설사 측에 철근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양측의 극단적인 갈등이 3주 정도 장기화되자 급기야 관할부처인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가 중재에 나섰다. 여러 차례 결렬 끝에 t당 82만∼84만원에 합의했다.

이렇게 일단락된 듯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철강사들은 오히려 상대측의 힘만 키웠다면서 불만스러워하고 건설사측(건자회)은 '실력 행사' 덕에 전공을 세우긴 했지만 합의된 가격이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분위기다.

매년 반복되는 이런 식의 갈등에 국민도 짜증스럽다. 뭔가 체계적인 대책과 정부의 공정한 시장감시가 필요하다. 우선 가격 책정을 국제거래 가격 및 원자재 가격, 환율, 수요 등을 근거로 양측의 합의하에 만들어 추후 정하는 가격에서 시시비비가 없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가격 및 제도개선을 위한 협상파트너를 서로가 신뢰하는 대표성을 갖춘 곳으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기관에선 철근시장의 불투명한 거래 등의 행위가 없는지 감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양대 산업인 철강과 건설업계는 습관처럼 벌이는 이런 진흙땅 싸움을 반성하길 바란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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