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소비자법 일단 보류.. 불씨는 여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0.19 17:56

수정 2011.10.19 17:56

금융위원회가 논란을 빚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추진을 일단 보류키로 했지만 조만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금융감독원과 갈등의 불씨는 여전이 살아있는 상태다.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양 기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금소법 제정 일단 보류

당초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치안이 포함된 금소법 제정을 강행하겠다는 방침 속에 19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 법안 내용을 보고했다.

금융위 의결 사안은 아니지만 입법예고에 앞서 절차상 보고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권혁세 금감원장이 금소법 강행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위원들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접 중재에 나서 "공통된 합의안을 만들어 입법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소법 제정 추진을 일단 보류하고 금감원과 이 문제를 다시 협의키로 했다. 하지만 결국 금소법 제정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어 양 기관 간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금소법 제정에 반대하는 금감원 노조는 이날 점심시간에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이후 정문 로비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법안 내용과 관련 제재권한 조정 부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안에는 현재 자본시장법과 은행법 등 개별 금융법상 다르게 규정된 금융회사·임직원에 대한 제재권자를 금융위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경우 현재 은행법상 중징계까지 금감원장이 제재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부분이 금융위로 이관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소법상 금융회사에 대한 모든 제재권을 금융위가 가지게 돼 금융정책, 금융회사 제재 및 소비자보호 등 모든 금융감독업무가 금융위에 집중되게 됐다"고 말했다.

■'밥그릇 싸움' 비판 거세

금감원은 이번 법안에 제재권 외에 금감원의 조직개편에 관한 민감한 부분이 다뤄진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에는 참고사항으로 금소원 설치 후 조직개편에 따른 금감원 조직도가 삽입돼 있는데 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조직도상에는 기존 수석부원장 1명과 부원장 2명 체제를 수석부원장과 부원장 각각 1명으로 줄이고 금소원장을 부원장급으로 배치했다.

특히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 자리를 없애는 대신 관련 부문을 수석부원장이 맡고, 증권담당 부원장이 보험 부문까지 담당케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선 이를 두고 벌써부터 업무 전문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선 금융위가 금감원을 장악하려 한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운 은행담당 부원장 자리를 없애는 대신 금융위 출신 수석부원장이 이를 맡고, 여기에 금감원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할 금소원장까지 채워지면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영향력을 확고히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이훈 노조위원장은 "금융위가 금감원의 조직개편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번 금소법 제정을 통한 금융위의 속내를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라며 "업무 분장 자체도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아 조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안에 조직도가 삽입된 것은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 기본적으로 금융위는 금감원 조직개편 문제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면서 "현행 금융설치법에 따르면 부원장을 4명까지도 둘 수 있는 만큼 현 부원장 체제에 금소원장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기관의 이익이나 권한을 가져가고 줄이는 논의 자체가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국민들에게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dskang@fnnews.com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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