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1인시위 미혼모 “돈 때문이란 말 들으면 가슴 찢어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06 10:04

수정 2011.11.05 12:58

청소년 관련 학과의 교수에게 약혼 파혼 강요 및 인격 모독적 대우를 받았다고 1인 시위하고 있는 여성이 있어 화제다. 하지만 해당 교수는 그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서울소재 C대학교의 광장에는 한 여성이 자신의 키만한 팻말을 세워 놓고 서 있었다, 그녀의 품에는 이제 갓 1살이 됐을 법한 아이도 안겨있다. 올해 28살인 가녀린 모습의 정모씨.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딱 보기에도 시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평범한 20대 여성의 모습이다. 그녀가 찬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나오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정씨는 C대학교 청소년학과의 A교수의 아들과 교제하고 약혼까지 했으나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A교수에게 파혼과 함께 모독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정씨에 따르면 그녀는 2008년 A교수의 아들인 B씨를 만났다. B씨의 구애를 받아들여 교제하게 된 정씨는 이후 B씨에게 프로포즈를 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들은 이후 약혼을 하기로 했으나 B씨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다. 정씨는 “나의 집안과 조건을 탐탁치 않게 여겨 B의 모친인 A교수와 그의 남편, 친척들이 헤어질 것을 강요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정씨와 교제하던 B씨는 미국으로 잠적하고 휴대폰 번호를 바꾸며 정씨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특히 정 씨는 A교수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A교수가 청소년 관련 학과의 교수로서 미혼모 들과 상담활동을 하고 또 미혼모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던 사회에서의 모습과 달리 미혼모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A교수가 “자신의 자식에게 ‘내가 미혼모들을 잘 아는데 미혼모 만나면 고생한다’라고 말하고 나에겐 파혼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A교수 측에서 키워줄테니 아이를 주라고 했지만 이는 입양시켜 버리기 위한 속셈”이라고 말했다.

시위를 하기 전에 A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시도는 안해봤냐는 질문에 정씨는 눈물을 흘리며 “한번은 수업 중인 A교수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경찰을 부르더라”며 “사람이라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토로했다.

정씨는 본인을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자신의 시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과 손가락질이라고 말한다. 정씨는 “내가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이렇게 아이를 안고 시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고개를 떨궜다.

정씨와 함께 시위현장에 나와있는 정씨의 친인척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A교수 측에서 지난 3일 3억원에 합의를 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정씨는 “아이를 놓고 돈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라고 전했다.

정씨는 약혼했던 B씨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았다. 정씨는 “B는 늘 11시 11분이 되면 행운을 주는 시간이라며 나보고 시계를 보게 했다”며 “공교롭게도 태어난 아이의 생일이 11월 11일인데 B는 왜..”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학생들은 아이를 안고 시위를 하고 있는 정씨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취재를 하는 모습을 수십명이 둘러싸고 지켜보고 있을 정도였다.

한 학생은 “청소년 관련 전공 교수로서의 모습과 실제 생활의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이야기”라고 전했다.

반면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주장일 뿐,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실제로 A교수의 말에 따르면 정씨의 주장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다. 정씨의 주장대로 낙태를 강요하거나 미혼모를 비하하는 발언 등은 한 적이 없다는게 A교수의 주장이다.

A교수는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마치 여론이 내가 낙태를 종용하는 발언을 하고 아들과 정씨 사이를 갈라 놓은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며 “둘 사이의 문제가 마치 모두 내가 시켜서 이뤄진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아이가 안타까워 향후 양육비로 쓰라고 합의금으로 3억원을 제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씨 친인척 측은 만족스럽지 않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아이를 우리가 키워주겠다고 하자 아이를 죽이려는 거냐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씨 친인척들이 남편의 연구실까지 와서 서재의 책을 쏟는 등 소동을 피운 적도 있다”며 “우리 쪽도 많은 괴로움을 당했는데 여론이 정씨의 주장대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양 측 주장의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추운 날씨에 아이를 안고 있는 정씨의 모습은 보는 학생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씨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 학생들도 눈에 들어왔다.

정씨는 “나는 괜찮은데 아이가 걱정이다”라며 “그래도 학생분들이 내가 불쌍해 보이는지 빵도 갖다주고 위로도 해주고 해서 너무 고맙고 위로가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학교 측의 한 관계자는 “내용은 파악하고 있으나 워낙 개인적인 내용의 문제라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umw@fnnews.com 엄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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