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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富의 양극화’ 심화] 조선족 ‘귀한 몸’.. 서비스업 인력난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09 17:37

수정 2014.11.20 12:34

우리나라 취업기피(3D) 업종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면서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조선족이 최근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중 수교와 함께 20년의 역사를 맞은 우리나라 조선족의 위상은 그동안 '조선족이 없으면 인건비 상승으로 한국 경제가 굴러가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제조업과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선족의 인건비 상승과 3D업종 기피현상이 확산되면서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위안화 가치 상승에 따라 한국 유입 인력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조선족을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발급했던 방문취업사증(H2) 시한도 올해 말로 만료되면서 '저임금 노동력 공급 공백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조선족 가운데 주로 여성들이 활동하는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에서는 이미 인력 수급난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서울 구로동의 한 직업소개소에 붙어 있는 조선족 인력의 식당 주방보조 및 홀서빙(강남권 식당 기준) 업무 월 급여는 170만원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월 180만원 이상을 지급한다. 조선족 임금은 우리나라 인력에 비해 통상 20만∼30만원 적게 받는다.
그러나 식당 주인들은 최근 식자재 가격 상승에다 2000년 초 100만원대 초반이었던 조선족 임금까지 대폭 올라 운영난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구로동 일대 직업소개소에 따르면 3D업종 기피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에서 월 200만원을 지급해도 마땅한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힘든 육체노동 대신 다소 적게 받더라도 수도권의 제조업체나 음식점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려는 조선족이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 옌볜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관광 안내를 하는 한 가이드는 "예전에는 한국에서 식당일을 3년 하면 옌지에서 식당을 하나 차릴 수 있을 만큼 한국과 중국 간의 임금격차가 컸다. 그러나 최근 일하러 가는 사람들은 한국 가느라 드는 경비 뽑는 데만 반년이 걸리는데 3년 벌어서 식당 문을 여는 건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가이드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대졸 초임 월급이 한국돈으로 30만∼40만원이었으니 한국에서 식당일 하면 4∼5배가량 많았다. 이제는 2배 정도나 될까 싶을 만큼 임금격차가 줄었다"고 전했다.

조선족 인력의 국내 유입도 절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7년 정부가 조선족을 배려해 5년간 자유자재로 한국과 중국을 오갈 수 있게 허용한 H2 시한이 만료되면 내년부터 매년 순차적으로 일정 규모의 조선족들은 한국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족에게 기술교육을 시켜 취업을 알선하는 재외동포기술교육학원들이 밀집한 서울 대림동 인근 학원가 분위기는 한산했다.
조선족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시키는 이 학원들은 한때 성황을 이루면서 600개까지 늘어났다. 지금은 이 중 절반 이상은 학생을 받지 못해 사실상 폐업상태다.


대림역 인근의 한 재외동포기술교육학원 관계자는 "한때 기술을 배우려는 학원생이 몰리면서 구인 광고시장이 급팽창해 각종 동포언론지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면서 "그러나 조선족을 위해 도입됐던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데다 한국보다는 중국에서 일감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확산되면서 학원생 숫자를 못 채운 학원들이 태반"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팀장 김성환 강두순 유현희 강재웅 이병철 이유범 박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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