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아프리카 르완다와 우간다를 다녀왔다. 물 부족이 심각한 국가들이다. 현지 상황은 참담함 그대로였다. 악취나는 물을 받으러 맨발의 아이들이 플라스틱 통을 손에 들고 매일 수십리를 걸어 다닌다. 그 물로 온 가족이 하루를 견딘다.
그마저도 하루 공급량은 2L뿐. 땡볕에 먼길 걸어오느라 목이 말랐는지 8∼9세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급하게 물을 들이켜고 있다. 동남아시아, 동부아프리카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이들에게는 한방울의 생수가 말 그대로 생명수이다.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 수억명이 물부족 상황에 처해있고, 이 추세로 가면 2025년엔 세계인구의 3분의2가 물부족을, 그 중 18억명은 물이 아예 없는 지역에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인간개발연구보고서(UNHDR)에 의하면 수인성 질병으로 20초에 1명꼴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물을 펑펑 쓰고 있지만 실상은 우리나라 역시 이미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금년 3월 UN-Water 보고서는 1990년 20개국이던 물부족 국가가 2025년에는 절반 이상 늘어나 30개국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물부족은 단순한 식수문제가 아니라 위생·영양 등 우리 실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이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물로 인한 자연재해도 더욱 빈발하고 있다. 최근 태국에서는 홍수가 전 국토의 3분의1을 덮쳐 수백명의 인명피해와 수조원의 재산피해를 야기했다.
심각한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1996년 세계물위원회를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설립했다. 세계물위원회는 다양한 이해당사자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물문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997년부터 세계물포럼을 개최해오고 있다. 또한, 유엔은 2007년 9월 '유엔 사무총장 물과 위생자문위원회(UNSGAB)'를 설립했다. 한승수 전 총리가 설립의장 겸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물관련 단일한 국제규범을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수재 예방 및 대응을 위해서는 개별국가는 물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대응하고 관리해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을 대구·경북에 유치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세계물포럼은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본부를 둔 세계물위원회에서 3년마다 개최하는, 물분야 최고의 권위를 가진 국제적 논의의 장이다. 전세계 190여개국에서 3만여명이 참석하여 200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19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물 유엔총회'다. 우리나라가 이번에 이 행사를 유치함에 따라 따라 내년 프랑스 마르세이유 세계물포럼 직후부터 2015년 세계물포럼을 개최할 때까지 물과 관련한 국제적 논의들을 주도할수 있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2년전 유엔총회에서 '특화되고 통합된 물관리 협력방안 추진'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세계물포럼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정부와 민간기관들이 힘을 합해 세계물포럼의 대구·경북 유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세계물포럼의 주제도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물의 미래를 준비해나가자는 취지에서 '미래의 물 다함께(Future Water Together)'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물포럼 유치제안서에서 물문제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특히, 신기술과 과학을 통해 기후변화를 포함한 미래 지구촌의 물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물관리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며, 물 관련 국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나아가, 신규사업으로 물분야 비즈니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CEO 포럼과 비즈니스 컨퍼런스 등 정부-기업간 대화를 촉진하고, 참가자로부터 등록비의 1%를 모아 희망의 물펀드를 조성하여, 개도국의 물 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아울러, 첨단 IT 기술을 통해 실시간 정보제공과 온라인 토론방 운영 등 유비쿼터스 포럼을 실현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으며, 이사진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제부터는 실천이 중요하다.
세계물포럼을 유치와 관련 정부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이 세계물포럼을 차질없이 준비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개최지역인 대구·경북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중심지로서, 세계물포럼을 우리나라의 통합물관리정책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물포럼은 현재 5000억달러에 달하는 미래의 블루골드 세계물시장에서 우리 물산업의 해외진출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