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디스코팡팡 등 시설은 “게임이다” “놀이기구다” 엇갈린 해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16 17:46

수정 2014.11.20 12:24

게임물의 등급 분류를 담당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게임위)와 상위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게임'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이 곤경에 처했다.

한 달 남짓 시차를 두고 게임위는 특정 오락시설에 대해 '게임'으로, 문화부는 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게임이 아닌 '놀이기구(유기기구)'로 각각 판단해 관련 시설 제조 중소기업이나 이를 설치한 게임업소들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16일 아케이드게임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인천 월미도 등에 설치된 놀이기구인 '타가다디스코'를 실내운행용으로 축소, 변형하고 여기에 게임성을 가미한 '락엔롤, 디스코팡팡' 등을 제작해 게임위에 등급심사를 요청, 지난 9월 7일 '게임물'로 등급 결정을 받았다.

이들 기구는 음악에 따라 원형판이 회전하면서 탑승자를 튕기는 것으로 설치 장소, 관련법, 크기 등이 각각 다르다.

이는 액션게임인 DDR를 비롯해 사격, 레이싱 등 각종 게임기가 밀집된 소위 오락장을 보다 건전한 가족형 놀이공간(FEC)으로 탈바꿈시키고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한 관련 업계의 궁여지책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기존 야외에 설치된 타가다디스코의 경우 최대 45∼50명가량이 함께 이용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락엔롤, 디스코팡팡' 등은 25명가량이 놀이와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실내에 맞게 크기가 축소됐다. 다만 대당 가격은 1억∼2억원가량으로 만만치 않다. 여기에 게임위로부터 게임등급 판정까지 내려지면서 업계로선 절호의 사업 기회까지 얻은 셈이다.

게임위 전창준 정책지원부장은 "위원회가 회의를 한 결과 유압시설을 이용, 작동이 되는 점을 들어 유원시설과 준하는 안전관리 필증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는 권고를 전제로 '게임'으로 등급 분류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4호선 노원역 바로 옆에 있는 한 빌딩 지하의 아케이드게임장 '노리존'에 설치된 디스코팡팡의 경우 평일 저녁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줄을 서서 탈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이 게임장의 경우도 안전성 검사와 사망시 최대 5억원 보상(입원시 5000만원) 보험 가입, 공증까지 마치고 관할구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관련 시설에 대한 영업을 본격 시작한 상태였다.

그런데 관련 시설 제조사들과 설치 업체들은 복병을 만났다. 문화부가 게임위에 결정을 철회하도록 요청했고 결국 지난 4일 게임위의 결정에 반하는 유권해석까지 내리면서 관련 시설은 결국 게임기가 아닌 관광진흥법상 '놀이기구(유기기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강용민 사무관은 "게임을 규정하는 게임 관련법엔 안전관리자 배치, 안전성 검사, 보험가입 등 안전관리 개념이 없다"면서 "게임위가 안전성에 대한 고려를 미처 하지 못한 것 같아 문화부가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

게임위 전창준 부장도 "문화부가 게임위와 다른 유권해석을 내려 업계에 혼란을 주기는 했지만 (게임위는) 문화부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라 게임으로 분류했던 결정은 효력이 정지되며 기존에 설치된 시설은 유원시설업에 준하는 안전성 기준 등을 충족해 영업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는 문화부와 게임위의 엇갈린 해석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두 기관의 불협화음으로 적어도 수십억원가량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케이드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현상을 놓고 다른 판단을 하는 기관들의 행태에 화가 난다"면서 "놀이기구나 게임기가 갈수록 융복합돼 진화하는 현실을 고려해 좀 더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며 이번 심의를 믿고 사업을 준비했다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ada@fnnews.com김승호기자

■사진설명=음악에 따라 원형판이 회전하면서 탑승자를 튕기는 기존 유원지의 대형 놀이기구를 축소해 실내에 들여놓을 수 있도록 만든 락엔롤, 디스코팡팡 등에 대해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게임'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놀이기구(유기기구)'로 각각 다른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관련 업계가 큰 혼란을 빚고 있다.
한 아케이드게임장에서 청소년들이 디스코팡팡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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