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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살펴보는 ‘재정위기로 인한 망국 사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30 17:23

수정 2011.11.30 17:23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전 세계 각국이 고통을 받고 있다. 유로존 각국은 돈을 조달할 수 없어 파산 위기에 처한 데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출을 줄이는 험난한 산도 넘어야 한다. 유로존 반대편 미국 역시 금융위기로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재정적자로 고통을 받고 있다. 신흥국 역시 미국과 유로존의 시장침체로 교역량이 감소해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이 같은 과도한 정부지출로 인한 재정적자의 충격이 이번뿐이었을까. 역사적으로 보면 정부의 과도한 지출로 인한 '망국의 사례'는 되풀이되고 있다.

금융·경제개발연구소 카토인스티튜트의 선임연구원 짐 파웰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포브스에서 정치인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정부지출이 급증할 경우 세금, 부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며 유사 사례를 제시했다.

■금화에서 은화로 로마의 몰락

무분별한 정부 지출이 망국이란 결과를 가져온 예는 고대 로마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세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천하통일에 따라 로마는 아우레우스라 불리는 금화를 발행했다. 발행 당시 아우레우스의 가치는 시장에서 금의 가치와 동일했다.

이후 로마를 집권한 폭군 정치인들은 정부지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고 엄청난 양의 아우레우스를 발행했다. 많은 양을 발행하려다 보니 아우레우스의 크기도 점점 작아졌다. 루키우스 술라 집권 당시 금 10.9g으로 만들어진 아우레우스는 이후 네로 집권 시엔 7.27g까지 줄었다.

시중에 아우레우스가 많아지다 보니 아우레우스의 가치는 하락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당시 로마의 은화 디네어리어스도 무분별한 발행으로 가치가 절하된 상태였다. 결국 통화혼란은 로마제국 몰락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화폐발행 3200배 늘린 원

중국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13세기 말 몽골이 세운 원나라 때에도 볼 수 있다. 당시 원나라에 도달한 베니스 상인들에게 지배층은 진귀한 물건을 요구한 대신 자신이 가진 뽕나무 껍질로 만든 화폐를 내주기로 약속했다.

수요가 높아지니 물가는 당연히 올랐다. 1260∼1330년 원나라의 화폐발행량은 3200배 늘었고 1425년 화폐 가치가 99% 하락했을 정도로 원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英 헨리 8세의 '통화대개악'

정부의 무분별한 지출 사례는 1509∼1547년 헨리 8세 집권 당시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헨리 8세는 정부 구성원 및 해군에 봉급을 지급하고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며 무분별하게 돈을 풀었다. 심지어 영국을 가톨릭으로부터 이탈시킨 진짜 이유가 아들을 낳지 못한 캐서린 왕비와 이혼에 반대하는 교황에 항거한 것이라기보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교회 재산을 노린 것이란 평가도 있다.

만년 자금부족에 시달렸던 헨리 8세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카드는 '통화대개악(Great Debasement)'이었다. 은의 함량을 절반 이상 줄인 주화를 발행해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지주들은 물가고에 시달렸고 16세기 후반 엘리자베스 1세의 주화개혁으로 영국은 겨우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었다.

■빈곤한 억만장자 낳은 독일

독일은 막강한 복지국가를 표방하다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국가다. 독일 정부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수백만명에게 건강보험료를, 지방자치제에 구제금융을 지급했다. 정부는 또 직접 극장이나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며 문화사업도 벌였다.

결국 독일은 생필품조차 만들 수 없을 지경에 달했고 생필품 공급량이 줄자 물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빈곤한 억만장자'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돈은 많지만 빵 한 조각 살 수 없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했다는 의미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출발점인 그리스가 이와 유사하다. 그리스 국민 4명 중 1명은 정부 관련 기관에서 일한다.

재정이 궁핍한 그리스 정부는 세금을 인상하고 그리스 국민은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암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실제 그리스 경제규모의 3분의 1은 공식적으로 집계가 안 될 정도다.

짐 파웰은 미국 정부가 재정 궁핍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혜택을 줄이면 국민은 정치인들을 상대로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역사적 사건들을 교훈 삼아 되풀이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ys8584@fnnews.com김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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