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업무과실로 미납요금 문자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평소 집 전화와 휴대폰 등 모든 통신비를 자동이체로 결제하고 있는 직장인 A씨(35)는 최근 '1575'로 찍힌 번호로 휴대폰 미납요금을 납부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정액제 요금을 사용하고 있는 A씨는 평소보다 과다하게 나온 요금이 이상해 문자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SK텔레콤 미납센터'라는 안내음성이 나와 상담사와 통화를 해본 결과 회사 측 과실로 출금 계좌가 오류 등록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혹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확인전화를 해봤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 미납요금에 따른 가산금이 불어났을 것"이라며 "대기업의 업무처리가 이토록 허술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A씨를 더 황당하게 한 것은 업체 측의 태도였다. SKT 측은 업무처리과정에서 다소 실수가 있었다며 연체 가산금은 물리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결제는 밀린 요금까지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는 것.
A씨는 "휴대폰 사용량이 많아 한 달에 수십만원씩 요금을 납부하는 사람이라면 일시불로 수백만원 이상이 본인 의도와는 상관없이 빠져나가는 셈"이라며 "자신들 실수를 소비자에게 무책임하게 떠넘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계좌정보 오류 입력, 고객에 통보 없어
통신업계에 따르면 판매점에서 휴대폰을 신규 개통하는 경우 계약서상 고객 계좌정보는 보통 스캔과정을 거쳐 대리점으로 전달된다. 통신사는 정확한 계좌번호 확인을 위해 은행 측에 확인절차를 거치지만 최종 확인까지 2∼3일 정도 걸린다.
문제는 계좌가 오류라고 최종확인이 돼도 고객에게 직접적인 문자나 유선 통보는 가지 않고 고객동의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지로납부로 요금 방법이 선택된다. A씨와 같은 피해사례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T 관계자는 "개통 시 고객은 요금을 자동이체로 할지 지로로 납부할지 결정하는데 자동이체 정보가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면 자동으로 지로용지가 나간다"며 "설령 업무과실로 계좌정보가 잘못 입력돼도 고객에게 별도로 연락은 취하지 않고 있고 다른 통신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지로용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도 SKT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SKT 측은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지로용지가 배송 도중 분실됐을 수 있다고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미납요금 통보는 제때 하면서 정작 개통과정에서 본인들의 실수로 벌어진 문제는 고객에게 확인해보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잘못된 고객 정보가 있더라도 일단 개통만 시켜놓고 보자는 통신사들의 이 같은 행태가 결국 요금 연체로 인해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등 소비자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업체 실수로 입력과정에서 잘못이 이뤄졌다면 당연히 밀린 요금을 한꺼번에 받을 게 아니라 소비자 요구에 맞춰 실행해줘야 합리적인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피해를 본 소비자가 몇 건이나 되는지도 규명, 같은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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