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개에게서 인간의 욕망을 보다.. 조각가 최형섭 ‘TROPHY’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13 17:28

수정 2014.11.20 12:03

파이낸셜뉴스가 운영하는 미술문화 자회사인 fnart는 15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fnart 스페이스에서 조각가 최형섭의 초대전 'TROPH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최형섭의 세번째 개인전으로 총 8점의 신작이 공개된다.

최형섭은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뉴욕에 소재한 School of Visual Arts에서 학위를 수료한 실력 있는 조각가. 작가는 뉴욕 현지에서 다양한 예술가와 교류를 통해 'Working Drawing'(2002년), '100 Years 100 Dreams'(2003년), 'Perception of Self and the Other'(2004년) 등 그룹 전시회를 가졌고 국내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펼친 바 있다.

최형섭은 이번 전시에서 개의 다양한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그의 전시 타이틀에서와 같이 트로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왜 개의 형상으로 트로피를 만드는 것일까. 작가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개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렇지만 개를 좋아해서 개를 소재로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트로피라는 것은 전리품이란 뜻이에요. 전쟁을 통해 승리자가 얻은 것이 전리품인데 힘이 센 인간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힘이 약한 동물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고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오는 현실을 비유한 것이죠. 저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약한 존재에게서 빼앗아온 모든 것이 이 시대의 트로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트로피는 작가에게 있어 인간중심주의라는 내재된 주제를 표출하는 핵심이고 개는 그 방법인 셈이다.

작가는 외국에서 생활할 때 사냥한 동물을 박제해서 벽에 걸어놓는 '헌팅 트로피'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획득한 것을 과시하길 원한다. 획득한 것이 무생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체든 소유라는 개념이 생기면 그것은 대상이 되고 객체가 된다. 획득 당하는 존재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인간중심적인 이기심의 역설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트로피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비단 개 하나만 집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탐욕에 희생되는 무수히 많은 대상을 돌아보자는 생각인 것이죠. 하나의 기념비적 상징으로서 트로피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인간이 아닌 객체들의 자화상을 그려봄으로써 지금 이곳의 우리를 투영시키려 한 것이죠."

작가는 석고나 흙 등으로 만든 형상에 죽은 동물의 표피인 가죽 소재를 입힘으로써 욕망의 순환성과 아이러니라는 내면적 주제의식에 방점을 찍게 된다. 재료 선택에 대해 작가는 말한다. "동물의 형상을 다루는 작업을 하면서 가죽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자연스럽고 적절한 재료입니다. 죽은 동물의 표피인 가죽이 동물 형상으로 다시 태어났을 때 제가 표현하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재료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작품들은 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어딘지 모르게 인간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인들에게 개는 유기적인 관계입니다. 개는 친구이고 가족이죠. 저는 개의 두상을 만들 때 이게 굳이 개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게 사람일 수도 있고, 저한텐 인간의 변형된 형상으로도 보여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어서 인간과 같은 포즈와 표정을 담았습니다.
"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계속된다. (02)725-7114

/jiwon.kim@fnart.co.kr김지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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