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야권 통합을 성사시킨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손학규 전 대표(사진)는 4·11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 속에 다시 평당원(상임고문)으로 돌아갔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한 민주당에서의 행로는 도전과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이번 통합 작업 완수로 야권 대선주자의 입지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민생 진보… '희망 대장정'
손 전 대표는 지난해 '희망 대장정'을 통해 서민의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들었다. 민생정치를 내세워 현장형 정책 행보에 나선 그는 특히 보편적 복지와 공정시장 등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힘을 쏟았다.
또한 정권교체를 통해 '보통 사람'들이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구상에 몰두, 1년 앞으로 다가온 대권 가도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그는 특히 지난해 4월 국회에 복귀한 후 기획재정위원회를 소속 상임위로 선택, 복지 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을 국민이 공감하는 적정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나는 진보적 자유주의자"
손 전 대표의 노선과 정체성을 둘러싼 당내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 태생'이란 낙인을 지우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화를 위한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선명성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보따리 장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강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하는 등 엘리트 정치인이다. 이후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18년의 정치인생 중 14년을 여권에서 보냈다.
이 같은 이력 탓에 그는 종종 '강남 좌파·분당 좌파'로 분류된다. 전북대 강준만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차기 대권후보에 대한 인물 비평을 통해 손 전 대표를 '좌파에서 우파를 거쳐 다시 분당 좌파로 재기에 성공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저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을 통해 한국 정치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해야 함을 피력, 스스로 진보적 자유주의자임을 밝힌 바 있다.
손 전 대표는 특히 국가경쟁력 강화의 이념으로도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시하고 있어 향후 대선을 겨냥한 공약 기반이 이와 맞물려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탄탄한 정책·정무 라인
2007년 대선 당시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했던 동아시아미래재단과 함께 당내 정책통 의원들이 그의 경제 관련 구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경제와 복지가 차기 대선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여겨지면서 당내 별도의 경제 공부 모임을 결성한 것.
모임은 손 전 대표를 포함, 김진표 원내대표와 강봉균·홍재형·이용섭·장병완 의원 등 경제부처 장관 출신들과 김효석·우제창 의원 등 경제 전문가 그룹, 그리고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성남·박선숙 의원 등 10명가량으로 이뤄졌다.
이와 함께 손 전 대표의 지난해 4·27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참모진도 향후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좌훈식 우남재'로 불리는 강훈식 정무특보와 이남재 비서실 차장, 정치컨설턴트인 김윤재 변호사와 여론조사전문가인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이철희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과 서양호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핵심 멤버로 여겨지고 있다.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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