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밀·대두·원당 등 국제 곡물가격 4~10% 급락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1.09 17:31

수정 2012.01.09 17:31

밀·대두·원당 등 국제 곡물가격 4~10% 급락

 최근 국제 주요 곡물가격이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해 4∼1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밀가루, 설탕을 만드는 음식료 소재업체의 원재료 매입 부담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올해 들어 국제 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배경은 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소비량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소맥(밀), 대두가격은 지난해 평균가격에 비해 각각 6.5%, 4.2% 떨어졌다. 원당(설탕의 원재료) 가격은 10.4%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수수는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NH투자증권 지기창 애널리스트는 "원당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는 규모(공급잉여)가 12년 만에 최대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곡물가격 수준은 지난해 평균가격보다 최대 10% 하락한 것이어서 소재업체의 원재료 매입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당은 원화 기준으로 ㎏당 593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3개월 전 654원 대비 9.3% 하락했다.
지난해 초(797원)보다는 25.5%나 낮아졌다. 소맥과 대두의 경우 지난 6일 기준 각각 ㎏당 270원, 515원으로 지난해 평균가격 대비 6.5%, 4.2%가 떨어진 상태다. 원당은 지난해 평균가격 대비 10.4%나 하락했다.

 이처럼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소비량 둔화 전망 때문이다. 소비에 비해 재고비율 전망치가 올라간 것도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 옥수수 소비 대비 재고비율 전망치(미국 농림부)는 지난해 8월 13.2%에서 12월 14.6%로 올라갔다. 미국의 작황 부진 우려가 있었지만 추가적인 작황 악화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량 전망치는 오히려 하향 조정됐다.

 대두 재고비율 전망치도 지난해 8월 23.2%에서 12월 24.8%로 올라 갔다. 소맥의 재고비율 전망치는 지난해 8월 28.0%에서 12월 30.7%로 상향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소맥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 캐나다 등의 생산량 전망치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수급 상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 수급이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밀가루와 설탕을 만드는 소재업체들도 부담을 덜 전망이다. 지난해 평균가격보다 국제 시세가 떨어져 그만큼 원재료 구입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1위인 CJ제일제당은 대두, 원당, 소맥, 옥수수 등 원재료를 연간 1조1000억원어치나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가격 안정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는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원재료 구입 비용을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원당 58만t(t당 600달러)을 수입했고, 대두는 62만t(t당 530달러) 소맥(원맥) 55만t(t당 390달러)을 수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초 원당 가격이 급등하면서 2011년 상반기에만 설탕사업 부문에서 3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면서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지만 원·달러 환율 안정과 함께 곡물가 안정 지속성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설탕 시장의 32%를 점유하고 있는 삼양사도 1년에 3000억원어치 이상의 원당을 호주, 태국, 과테말라 등에서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원당 가격이 안정될 경우 원재료 구입 비용이 10% 안팎 줄어들 전망이다.


 메리츠증권 송광수 애널리스트는 "밀가루는 원가부담의 정점(지난해 3·4분기)을 지나 올해 2·4분기에 영업이익률 회복이 예상된다"면서 "설탕은 환율 상승 영향을 제외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되는 추세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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