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김운용이 필드에서 만난 사람] 이재현 CJ그룹 회장 “한국 골프산업 선진화 앞장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1.15 18:08

수정 2012.01.15 18:08

2004년 WCC 대회때 김운용 전 나인브릿지 대표, 이재현 CJ그룹 회장, 나인브릿지 운영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스미스(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4년 WCC 대회때 김운용 전 나인브릿지 대표, 이재현 CJ그룹 회장, 나인브릿지 운영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스미스(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자는 1966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필자 인생의 3분의 2 이상인 45년간을 재직하다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 그중 30년은 스포츠부문(배구, 농구, 프로야구, 골프)에서 활동했다. 특히 골프장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했던 11년간 나는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덤으로 누렸다. 나는 그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그들과 조우하면서 느꼈던 감동과 성공 스토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그 첫번째는 내 인생에 있어 '성장의 어머니'나 다름없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얘기다.

 내가 골프를 매개로 해서 이 회장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2000년 8월께다. 제주도에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골프장 운영 책임자를 찾고 있었는데 다양한 스포츠 경험과 그동안의 대인 관계를 고려해 아마도 나를 적임자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처음 발령을 받고 나서 솔직히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룹은 물론 실무자들 또한 골프장 사업 분야에서는 문외한 일색이었다. 하지만 CJ그룹의 경영철학인 '온리원(Only one)' 정신으로 무장되었기에 두려움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우선은 골프장을 어떤 콘셉트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마련된 방향이 최초(First), 최고(Best), 차별화(Differenciation)였다.

 이렇게 해서 나인브릿지는 명성, 기억성, 만족성, 다양성을 지향점으로 삼고 천혜의 자연 조건이라는 해발 600m의 구릉지 고원에 첫 삽을 뜨기 시작했다. 압권은 페어웨이였다. 잔디 전문가들조차 반신반의했던 벤트 그라스를 전 페어웨이에 식재하는 모험을 단행한 것이다. 이는 '제주도 골프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모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선택은 적중해 한국 골프장의 격을 높이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나인브릿지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 조성된 국내 골프장들은 경쟁적으로 벤트 그라스 페어웨이를 갖추게 되었다. 필자는 아직도 해발 600m에 벤트그라스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 회장의 혜안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골프장에 대한 이 회장의 안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제주 공사현장을 방문해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문가 뺨칠 정도였다. 처음 부임해 약 2년간 이 회장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애를 먹었던 생각을 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 회장은 철저히 인재를 아끼는 스타일이어서 설령 회의 도중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구성원이 있으면 답답해하면서도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곤 했다. 임직원들이 골프장 경험이 많지 않아 빚어진 일로 판단하시고 견문을 넓히는 데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다. 해외 명문 골프장 견학이 그것이다.

 이 회장의 그러한 배려에 힘입어 필자는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와 세계 최고의 프라이빗 코스인 미국의 파인밸리 골프클럽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코스들을 두루 둘러 보는 기회를 가졌다. 필자가 습득한 선진 골프지식은 바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회장의 이러한 배려에 힘입어 필자는 아시아인으로는 20년 만이자 한국인 최초로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위원에 위촉되는 영광을 누렸다. 나의 골프인생에 있어 이 회장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2011년 8월 필자가 국내 골프인 최초로 명예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고 이병철 회장을 정신적 어머니, 이재현 회장을 성장의 어머니. 그리고 나를 낳아 주신 육신의 어머니 등 이른바 3모론을 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나인브릿지를 통한 한국 골프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2002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을 4년 연속 개최한 데 이어 현재는 매년 20개국 40명이 출전하는 월드클럽챔피언십(WCC)을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는 전 세계 명문 클럽 간 대항전으로 이러한 상호교류를 통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나인브릿지는 2011년에 세계 49위 골프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마스터즈 개최지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를 벤치마킹해 경기도 여주에 조성한 해슬리 나인브릿지는 국내 최초의 프라이빗 멤버스 클럽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해슬리는 작년에 아시안투어인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해 국내 골프 발전과 골프 꿈나무 육성에 기여했다. 필자가 이재현 회장은 우리나라 골프장의 품격을 향상시키고 골프를 통해 브랜드 코리아를 알리는 선구자라는 평가를 감히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운용은 나인브릿지 대표이사를 지내고 호서대학교에서 명예체육학박사를 받은 뒤 현재 제주 한라대학교 석좌교수와 세계 100대코스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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