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5일 우리는 대규모 순환정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이는 하절기 전력 피크 기간 후 발전기 예방정비 와중에 이례적인 늦더위로 인한 수요 급증으로 발생한 사태다. 이후 정부와 한국전력 등은 재발 방지를 위해 대용량 사업자에 대해 전력 피크시간 전기 절약을 의무화했고 지난해 8월에 이어 12월 두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발전용량의 증대에는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전력 수급조절 차원에서 정전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참여와 협조에 전적으로 기반한 것으로 국민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없이는 이러한 사태가 이번 겨울에 또 한 번 발생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연중 전력피크가 가장 높은 시기는 여름이었다. 그러나 2009년 이후부터는 겨울철에 연중 최대 전력피크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난방이 급증한 데 있다. 전기난방은 매년 500만㎾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전체 전력 사용 증가율이 연평균 6%인 데 비해 난방전력 증가율은 14%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올겨울 역시 전력수급 상황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겨울 예비전력은 동계기간 대부분이 400만㎾ 이하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1월 2∼3주간은 100만㎾ 이하가 전망되는 등 어느 때보다 전력 공급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오는 2월 29일까지 1000㎾ 이상 대규모 전력사용자에 대해 10% 절전규제를 시행하고 100㎾ 이상 중간규모 사용자에게도 난방온도를 20도로 제한하고 야간 네온사인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에너지사용 제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실효성이 있는 것인데 과연 지금 우리나라의 전기사용 실태는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전력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1.7배다. 또한 1인당 전력 소비량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배인 일본보다 20%나 많으며 2005~2010년의 전력소비 증가율도 30.6%로 OECD 내 최고 수준이다.
가까운 일본은 대지진과 원전사고를 겪은 이후 대규모의 정전이 발생했을 법한 상황이었음에도 정부와 기업, 가정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여름철 전력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수요 감축 15%를 목표로 대상별로 제한조치와 자율적 참여를 병행하고 국민에게 적극 홍보해 도쿄.도호쿠 지역은 21% 이상 수요 억제를 달성했으며 일반가정에도 가정용 '절전대책 매뉴'를 배포해 생활 속에서 절전 실천을 적극 유도했다. 이로써 원전사고 이후 여름철 피크기간에 전력 부족의 어려움을 민관이 합심하여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되풀이되는 전력수급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근복적으로는 산업계, 시민 등 사회 구성원의 동참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먼저 장롱에 넣어둔 내복을 꺼내 입어보자. 내복을 입게 되면 체감온도가 3도 정도가 올라간다고 하니 얼마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가. 전 국민이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3도 낮추면 전국적으로 연간 1조800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옷맵시를 위해서, 전열기를 더 세게 틀면 되지, 이런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할 때다. 우리가 가정에서 쉽게 쓰고 있는 전열기의 소비량은 여름철 선풍기의 16배에 달하는데 이것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가히 폭탄 수준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는 소소한 에너지 절약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연간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은 37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일본처럼 15% 정도의 전력 사용을 줄인다면 한해 약 5조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돈으로 어려운 우리 이웃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민다면 우리 사회의 체감 온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 이번 겨울 우리 모두 훈훈한 에절남녀(에너지를 절약하는 남녀)가 돼보는 건 어떨까.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