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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99%의 애플 때리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1.30 09:45

수정 2012.01.30 09:45

"1주일 내내 서서 일하다 보면 다리가 퉁퉁 부어 못 걷는 노동자들도 있다. 유독성 폐기물 불법 폐기도 일상사다.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다 1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부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작년 중국 청두(成都) 공장에선 2건의 폭발사고로 4명이 사망했고 77명이 다쳤다. 한 근로자는 "이 회사는 제품 품질 향상과 생산비 절감 외엔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절규했다…"

뉴욕타임즈(NYT)가 고발한 중국 내 한 공장 이야기인데 열악한 근로환경이 과연 21세기가 맞나 싶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공장의 주인이 다름 아닌 애플이란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 직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편의시설을 누리며 업무를 즐기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NYT 기사는 아이폰 신화로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성공하게 된 배경에 대한 직격탄이다.

지난해 4·4분기 애플의 경이적인 실적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라이벌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무려 37.4%나 된다는 건 부럽기 짝이 없다.(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0%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애플에 납품하는 대만의 9개 협력업체 영업이익률 3.2%에 이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그중 6개사의 영업이익률은 1.5%에도 못미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식이다.

NYT는 주요 기업들이 미국 내 고용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탓에 중산층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아이폰을 고가에 팔아 미국 내에서 막대한 돈을 벌면서도 모든 공장을 중국 등 해외에서 운영하는 애플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보다 미국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애플의 주장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규모로만 애플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측정해선 안된다는 반박은 군색해 보인다. "우리의 의무는 미국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최상의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변명에 미국인들이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스티브 잡스는 짠돌이 경영으로도 유명했다. 배당도 않고 버는 족족 사내에 유보해 쌓아놓은 현금이 976억달러(약 112조원)나 된다. 그러면서도 협력업체는 쥐어짜고 미국내 투자는 나몰라라다. 그야말로 1% 중에서도 1%라 할만하다. 그러니 월가 점령에 나섰던 99%가 화를 내는 게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다보스포럼이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문을 쓴 데서 보듯 세계는 달라졌다. 잡스가 놓친게 있다면 그런 변화의 조짐일 것이다.
잡스가 떠나며 선장이 바뀐 애플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의 동반성장이라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다.

ryu@fnnews.com 유규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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