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8년 전 저커버그가 하버드 기숙사에서 출범시킨 신생 벤처다. 이런 회사의 시가총액이 곧 골드만삭스·포드자동차 등 미국 간판기업들을 앞지를지도 모른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다. 창의력이 뛰어난 벤처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하고 새로운 스타 탄생을 돕는 능력은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을 따라잡기 힘들다. 혁신이 혁신을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다.
빌 게이츠는 차고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꿈을 이뤘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패자 부활에 관대한 미국식 문화 덕에 역경을 딛고 전설이 됐다.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8년 전 IPO를 했을 때 래리 페이지는 겨우 31세였다. 저커버그는 올해 28세다.
페이스북은 국내 대항마인 싸이월드와 미투데이의 시장점유율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벤처는 신진대사를 멈춘 듯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그 원인을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삼성동물원·LG동물원.SK동물원'에서 찾는다. 벤처가 좀 클 만하면 대기업들이 인재·기술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동물원 밖에선 좀체 스타가 나올 수 없단 얘기다. 대·중기 간 수평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안 교수의 비판적 시각은 특히 젊은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상만사 신진대사는 필수다. 기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소니 등 일본 전자업체들의 쇠락은 변화에 굼뜬 공룡의 최후를 보는 듯하다. 우리에겐 왜 저커버그가 없는지, 그것이 행여 제도상의 허점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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