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입장에선 정부 인력을 줄이거나 이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것보다 세금을 올리는 것이 훨씬 쉽다. 때문에 그리스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세금 인상으로 적자를 줄이려 하고 있다.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이 중 55%에 해당하는 370억유로(약 56조1600억원)를 부가가치세(VAT)나 소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그리스국민은행(NB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니코스 마기나스는 "이론적으로 정부지출 감축이 세금 인상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적다"고 말했다. 마기나스는 "낭비가 문제가 됐던 국가의 경우는 지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지만 그리스에 가장 큰 문제는 탈세"라고 지적했다. 세금을 올리려는 그리스 정부의 조치가 적절하다는 의미다.
이탈리아도 내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5%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 적용될 방법이 대부분 세금 인상이 될 것이라고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말했다.
스페인도 150억유로(약 22조7700억원) 규모의 긴축정책 패키지에서 세금 인상과 정부지출 감축이 각각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도 올해 예산조정 규모에서 30%는 세금 인상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도 긴축정책이 세금 인상에 기반하는 국가 중 하나다. 벨기에도 적자를 줄이기 위한 시간이 많지 않아 정부지출 감축보단 세금 인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전했다.
루뱅가톨릭대학의 경제학 교수 폴 드 그로위는 "현재 우리가 시행하려는 긴축정책이 정부 지출을 충분히 줄이려 하기보다 세금 인상에 너무 치중돼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드 그로위 교수는 "앞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상황에서 다음 정책은 정부지출이 좀 더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세금 인상에 덜 집중하는 국가는 아일랜드라고 NCB스톡브로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드바인은 말했다. 아일랜드는 긴축정책 비중을 3분의 2를 예산에, 나머지 3분의 1을 세금 인상에 배분했다. 그 결과 아일랜드 경제는 지난해 성장세로 돌아서고 올해도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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