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특별법 막판까지 진통
국회는 그동안 금융당국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이 두 법안을 상정시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14일 '시장경제실서를 훼손시키는 결정은 안된다'면서 인기 영합주의적인 법안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법안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4월 총선을 겨냥해 부산 등 지역구 의원들이 이날 다시 저축은행 특별법 추진을 밀어붙이면서 포풀리즘 논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저축은행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지원 대상은 총 8만2391명, 보상규모는 약 1025억원에 이르지만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상재원을 예금보험공사의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으로 마련토록 한 부분이 문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에 공포되면 3개월 이후 법안이 발효된다. 짧으면 3~4개월 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예보 관계자는 "예보기금 특별계정은 지난해 부실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자금 소요로 인해 외부 차입이 이미 상환능력을 초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예보가 은행, 보험, 증권, 종금업권 등이 납부하는 연간 보험료 중의 45%를 출연하는 계정이 특별계정인데 이 계정은 저축은행 계정이 바닥 나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지원키 위해 지난해 만들어졌다. 당시 타 금융권의 반발 속에 어렵게 만들어진 이 계정이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에 이용되는 것은 법의 성격에도 맞지 않다는 게 예고의 설명이다.
예보 관계자는 "특별계정 자금이 성격에 맞지 않은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에 활용될 경우 저축은행 구조조정 자체가 더욱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추후 저축은행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그땐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여전법 수정 통과 가능성 무게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금융당국이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여전법 개정안은 논란의 핵심인 '우대 수수료율을 금융당국이 정한다'는 문구가 '업계 자율로 정한다'로 바뀌거나 '정할수 있다'로 수정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는 여전법 개정안 제18조 3항에 "신용카드 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카드업계 노조도 수수료율을 금융당국이 정하는 문구가 원안대로 통과될 때 헌법소헌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법안 통과를 반대해왔다
금융위원회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공요금이 아닌 민간기업의 가격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근간을 훼손하며 다른 영역에도 정부가 개입하도록 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반대 입장를 분명히 했다. 정부가 매년 모든 카드사의 원가를 분석해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법사위에선 일부 문구가 수정된 내용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을 대신 '업계 자율로 정한다'는 문구로 수정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권고의 내용으로 바뀌는 것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전법 개정안의 경우 문구가 수정되면 법사위 통과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한다는 조항을 제외하고 대형 가맹점의 우월적 지위남용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 도입 등 여전법 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재 여신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을 위해 연구용역 작업을 진행중이고 오는 3월말께 결과가 발표된다. 한편, 이번 법안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못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개정안 통과시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갈등도 소강 상태에 들어갈 전망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황상욱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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