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 개포동 한 아파트 가정집에 경찰특공대원 10여명이 들이닥쳤다. 특공대원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거실에서 TV를 보던 40대 중반 남성을 순식간에 제압했다.당황해하던 이 남성에게 한 특공대원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내일 저지를 남대문 방화 혐의로 체포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도입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이 남성이 최근 1년간 남긴 개인 블로그, 트위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기록에서 방화 전과 등 신상정보와 성향, 행동패턴, 심리상태 등을 분석해 범죄 가능성을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이야기들은 실제가 아닌 허구다. 범죄를 예측해 완벽한 치안 사회를 그렸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같은 이런 일들이 어쩌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는 '빅 데이터' 시대가 도래한 데 따른 것이다.
빅 데이터는 기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 수집.저장.관리.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설 만큼 거대해서 통제하기 힘든 데이터 집합을 뜻한다.
스마트폰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이 등장하면서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빅 데이터'를 잡아라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정보기술(IT)시장의 최대 화두를 빅 데이터로 뽑고 있다.
한국 IBM 정재성 부사장은 "현존하는 데이터는 테라바이트(1TB=1000GB) 수준의 정형화된 데이터들이라 기존 분석 시스템만으로도 가능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페이스북,트위터 등의 비정형화되고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매달 300억개의 콘텐츠가 페이스북에서 유통되며 1분마다 24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다. 트위터에서는 매달 1억1000만개의 정보가 트윗되고 있고 월마트에서는 시간당 100만개의 거래 정보가 축적된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1인 미디어시대 개인들이 남겨놓은 수많은 글을 분석하면 소비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다"면서 "인터넷.모바일 행위로 인해 생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뜻하는 빅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3년간 2억건의 SN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카페에 대한 고객들의 생각이 단순히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예쁘고 편한 곳, 책 읽기 좋은 곳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런 분석이 북카페의 유행과 성장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숙아 치료, 매장 관리 등 활용
지난해부터 IT 업계에 불어닥친 빅 데이터 분석은 이미 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온타리오 공과대는 IBM의 빅 데이터 솔루션을 구축해 인큐베이터 안 미숙아들의 신체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간호사들이 감지할 수 있는 위험 상황보다 6~24시간 앞서 긴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유통사인 GS리테일도 매장 관리 시스템을 빅 데이터 소프트웨어로 개선한 이후 자사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에서 매일 9~15시간씩 걸리던 상품 진열 시간이 6시간으로 축소되는 효과를 얻었다.
선거에서도 빅 데이터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트위터 분석을 했던 SAS코리아 조성식 대표는 "당시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에 대한 트위터 멘션과 리트윗의 정보량 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보니 막상막하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우리가 분석한 결과에서는 트위터 발신 계층이 단일했던 나 후보에 비해 8개층으로 나눠진 박 후보가 7~8% 정도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언급되는 주요 키워드와 평가 분위기, 정보가 생성되는 층위, 네트워크 정도 등을 종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정확한 선거 결과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빅 데이터 시장은 올해 급속하게 팽창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위키본은 빅 데이터와 관련된 컨설팅 및 IT 시스템 분야의 시장 규모가 올해 500억달러(약 56조42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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