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경제력,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동생의 희생이 있어야 유명 대학에 간다는 속설이 있어요. 그런데 이건 서울 강남 등지의 사교육업체에서 만든 거짓정보입니다."
국내 최대 온라인입시업체인 메가스터디가 최근 개최한 '2013 대입전략 설명회'에서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가 한 말이다.
서울 잠실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 설명회에는 행사시작 1시간 전부터 고3 학생과 학부모, 재수생 등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금세 1만5000명가량이 모여들었다.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 앉아 설명회 강연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의 눈빛은 원하는 대학, 좋은 대학에 꼭 가겠다는 열의로 가득 찼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 자신의 수험생활 목표를 달성한 '메가스터디 제8기 목표달성 장학생'에게 장학금이 전달됐다. 1인당 400만원씩 25명에게 총 1억원이 수여됐다. 장학생들은 대부분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홍익대 미대 등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단상에 선 이들을 보는 단상 아래 학생들은 장학생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나도 꼭 저 자리에 설 거야'라는 다짐을 하듯 갈채를 보냈다.
이어진 손 대표의 강의 주제는 '고3은 고(苦·괴로움)3이다'였다. 손 대표는 "입시제도가 복잡하고 재수생이라는 막강한 적이 있고 EBS 70% 수능 연계 출제가 고3에게 오히려 큰 재앙이므로 고3은 苦3"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열변을 토하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 2~3년 사이에 어머니의 어설픈 정보력으로 자녀의 대학진학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 강남 지역의 고3 학생 중 70% 정도가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강남불패'의 신화가 허구라는 것이다.
손 대표가 강남에서 재수생 비율이 많은 이유로 든 '어머니의 어설픈 정보력'은 뭘까.
손 대표는 "고3에 올라와서 처음 본 모의평가에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수능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기보다는 논술, 학생부 등에 기대려고 하는 '입시제도에 대한 총체적 몰이해'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수학원이 대입이 채 끝나지도 않은 11월이 되면 벌써 재수를 하려는 고3학생들로 넘쳐난다"며 "강남 대치동에만 1000여개의 학원이 있는데 이 학원들의 상술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속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한 선택은 바로 '정면승부'라고 손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수능 점수를 끌어올리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수시와 정시모집을 전기모집과 후기모집으로 바꿔부르고 수능을 정시용이 아니라 우선선발 논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열한 자기 공부 시간을 확보해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손 대표의 강연에서 현 입시제도에 최대한 대비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느껴졌다. 중요한 건 수험생들이 '재수'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제대로 된 입시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손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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