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연대 '불안한 동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야권연대 합류가 범상치 않다.
두 노총은 노동현안을 풀어내는 방식과 노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정책연대의 길을 열어둔 분위기다. 더구나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연대에서 한 배를 탔다는 점에서 대외 환경도 정책 공조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양 노총 관계자들은 "양대 노총은 지지 정당이 다를 뿐 정책에서 큰 차이는 없다"면서 "노동계 전체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한노총이나 민노총 단독으로는 힘들어 각 지지 정당을 통해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양대노총이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한노총과 민노총의 야권연대 합류에 대해 '불안한 동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우선 민주통합당 통합의 한 주체인 한국노총의 이용득 위원장은 최근 당내 공천갈등을 폭로하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노총 관계자는 "공천갈등이 있는 건 사실이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갈등이 나타난 것"이라며 "(그러나) 다양한 노동계의 입장이 정치권에 반영되는 과정으로 노동계 전체로선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합류한 민주통합당에 이석행 전 민노총위원장이 전격 입당한 것에 대해 한노총 측은 "민노총의 공식 직책이 없는 개인의 행위"라면서 의미에 비중을 두는 것을 꺼렸다.
이밖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정책 수위조절이나 당내 지분문제를 놓고 갈등을 일으킬 경우 양대 노총의 연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노총과 정책연대에 나섰다가 관계가 뒤틀린 새누리당의 경우 일단 노동계와의 연대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장의 표 계산 차원에서 한노총과 손을 잡지만 정책연대를 넘어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깨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한노총과 민노총은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지만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정책연대하는 과정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는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노동시장 급변화에 재계 긴장
양대 노총의 세력규합은 올해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재계는 최근 돌아가는 양대 노총의 규합 움직임을 지켜보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거대 단일 세력으로 뭉쳐 사실상 제도권 정치판을 좌지우지하게 될 경우 현재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민주당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는 등 노총 관계자들의 당내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최근 발표된 민주당 총선 공약에는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급진 노동정책들이 다수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민노총에 비해 정치적 색깔이 적은 한노총의 노동 정책 제안도 급진적이라고 평가받는 마당에 민노총이 야권연대에 합류해 양대 노총이 정책연대에 나서면 노동 정책의 강도를 가늠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제안한 10대 우선입법 과제를 살펴보면 △파견법 폐지 △노동시간 단축·일자리 창출 특별법 제정 △근로기준법 개정 △노동조합법 개정 △기간제법 개정 △최저임금법 개정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 △정치자금법 개정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야당이 노동계의 정책을 액면 그대로 받아 정강정책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노동운동은 운동이고 정치는 국민들을 균형적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해야 한다"면서 "노조의 직접 정치참여로 재계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입법과정이 진행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이창환 김미희 이승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