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압승을 거둔 데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러시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투자자들이 러시아 증시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으며 신용등급 전망 강등 가능성 경고까지 나왔다. 재계에 대한 차기 정권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 탓에 모든 시장은 푸틴의 귀환이 러시아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6일 반 푸틴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에 연행되자 러시아 주요 주가지수인 러시아증권거래소(RTS)지수가 전일 대비 4.4% 밀렸다. 또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향후 러시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재계에 대한 푸틴의 태도뿐 아니라 향후 푸틴 정권이 펼칠 경제개혁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 최대 석유재벌 미하일 호도르콥스키의 몰락 등 그동안 푸틴의 반 기업적 행태를 지켜본 재계 및 전세계 투자자들로선 '반 부패, 친 기업'이란 공약이 못 미더울 수밖에 없다. 호도르콥스키는 대형 석유기업 유코스의 회장으로 푸틴에게 대항했다가 풍비박산 난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이 때문에 FT는 일부 투자자들은 심지어 친기업적인 행보를 보였던 알렉시스 쿠드린 전 재무장관의 귀환을 원한다고 전했다. 푸틴은 오는 5월께 내각 구성원 가운데 3분의 2를 물갈이할 것이라고 밝혀 현실적으로 쿠드린 전 장관의 복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쿠드린은 지난해 가을 푸틴 총리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데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 경질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신평사 피치는 "러시아 차기 정권이 경제개혁을 얼마나 신속하게 실행할 것인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신용등급 전망 강등 여부는 러시아 스스로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푸틴이 대규모 재정 지출로 퍼주기 공약을 남발했다고 피치는 지적했다.
모스크바 소재 베르노 캐피털의 수석 전략가 롤랜드 내시는 "시장개혁이니 권력분립이니 푸틴이 내건 공약들이 모두 옳은 소리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며 "투자자들은 그러나 실망하는 데 익숙한 이곳 러시아에서 푸틴이 실제로 공약을 이행할지 여부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자유주의.민족주의.좌파 등 3개 야권 연대는 지난 5일 대선 이후 처음으로 2만여명 규모의 대형 집회를 열고 푸틴의 퇴진 및 재선거를 요구했다. 집회가 격화되면서 경찰은 무력진압에 나섰으며 시위 참가자 수백명이 체포됐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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